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15일(현지시간) 중국인 소유기업 랄스가 정부의 투자금지 명령에 불복해 낸 소송에 대해 명령의 정당성을 인정한 1심을 깨고 랄스의 헌법적 권리가 침해됐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투자건을 심의한 미 연방정부 산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금지 결정의 합당성을 랄스 측에 입증해야 하며 랄스는 추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랄스는 중국 최대 중장비 기업 싼이중공업의 임원 2명이 소유한 회사다. 이 업체는 지난 2012년 오리건주 보드먼에 위치한 미 해군 무기시험용 기지의 인근 부지 4곳을 매입해 풍력발전 사업을 하다 CFIUS의 결정으로 중단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해 9월 랄스 측에 해당 사업에 관한 모든 자산을 매각할 것을 명령했다. 당시 CFIUS는 이 사업이 국가안보에 해가 된다면서도 상세한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2012년 CFIUS에 보고된 외국인투자 114건 중 금지 결정이 내려진 것은 랄스가 유일하다.
연방항소법원의 이번 판결이 금지명령 철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심의 과정에 임의적 잣대를 적용하던 미 정부의 관행이 바뀌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법률회사 오릭헤링턴앤셧클리프의 해리 클라크 변호사는 "외국 기업 중 합리적인 심의절차를 법적으로 보장받은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면서 "사실상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법적 보호장치가 없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WSJ는 이번 판결이 CFIUS 심의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CFIUS 심의를 기다리는 업체 가운데는 모건스탠리은행의 원유트레이딩 사업부를 사들이려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OAO로스네프트와 IBM으로부터 저가 서버 사업을 인수하려는 중국의 컴퓨터 제조업체 레노버 등이 있다.
한편 이번 판결은 미국이 국가안보를 명목으로 자국 기업의 투자를 막는 데 불만을 품고 있는 중국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외국 기업 투자에 대한 심사기준이 지나치게 애매하다고 반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