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접한 건설업계는 “장기적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차분히 남북관계의 개선 움직임을 체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다소 차분한 반응이다. 특히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 당시 남북이 합의한 내용들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앞장서서 무리하게 북한 진출을 모색하는 업체들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북한 지역에 가장 많은 건설 현장을 두고 있는 현대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남북 관계의 부침에 따라 공사가 중단되고 투자한 자금마저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면서 “기업 이익을 따진다면 북한 진출은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현재 금강산 면회소 공사를 비롯해 남북경제협력 협의사무소 청사와 숙소, 개성공업지구 직업훈련센터 신축, 개성공단1단계 전력공급관련 시설, 개성변전소 건설, 개성공단폐수종말처리시설 건설 등 7개 현장에서 450억원 규모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이 좀더 개방되고 우리와의 관계가 호전되면 북한 진출을 적극 모색하겠다는 업체들은 많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남북간에 SOC건설 등 제도적 합의가 나오지 않은 상태이고 더욱이 합의가 나오고도 구체인 플랜이 세워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때가 되면 자연히 우리 업체들의 북한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남북한 연결 도로나 철도 관련 수혜 업체로 자신들이 거론되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사업계획을 세운 것은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도로에 강점이 있는 업체인 만큼 혜택을 입을 수는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공사 진출은 아니지만 해외공사에서 북한 인력을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의견을 개진하는 업체도 있다. 하반기 앙골라의 LNG플랜트사업을 추진하는 남광토건은 북한 인력을 사용할 예정으로 북과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북한이 앙골라 진출 경험이 있어 유경험자 위주로 모집해 앙골라 현장에 투입하려고 한다”며 “관계자간 협의가 잘 이뤄지고는 있지만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가 사업에 좀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광토건은 또 개성공단에 입주하는 국내 업체들의 공장 건립에 필요한 철골 수요 충족 위한 공장도 건립 예정이다.
건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북한이 우리 건설업체들의 주요한 사업투자 현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삼 한양대 부총장은 “부동산시장 침체로 현재 우리 건설업체들이 무리한 해외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이보다는 북한진출이 더 실효성이 있다”며 “남북한 투자보장협정으로 투자에 대한 리스크만 없애준다면 지금이라도 시베리아 철도가 연결되는 나진선봉지구 같은 곳에 투자하려는 우리 업체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