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민투표가 5일(현지시간) 마감됐지만 개표 결과가 어떻든지 간에 그리스 앞에는 앞날이 불투명한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투표 결과가 어찌됐든지 '차악(lesser evil)'을 선택하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악은 구제금융을 내건 채권단의 경제개혁 요구에 대해 '반대표(OXi)'를 던지는 것이었다. 이 경우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즉각 (3차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 위해 채권단과)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채무 재조정(채무탕감) 없이는 협상안에 (합의) 서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를 깔았다. 경제개혁 선행 없이는 채무탕감은 없다는 유럽 채권단 측의 입장과 상충되는 대목이다. 그만큼 채권단으로부터의 현금지원 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 장기간 외부로부터의 유로화 지원이 끊기면 그리스로서는 당장 일주일도 버티기 힘들어 유로화 대신 자체적으로 제3의 통화를 찍어내는 수밖에 없다. 이는 유로화를 단일통화로 쓰는 경제동맹체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로 이어질 수 있다.
차악은 '찬성표(NAI)'를 던지는 것이었는데 이 경우도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진퇴 여부를 놓고 내홍이 장기화할 수 있다. 내각이 새로 짜여질 때까지는 3차 구제금융 협상 재개가 기약 없이 미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찬성표 승리시 현재의 대외협상단 대표인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은 물러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내각에 머물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게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의 최근 전언이다. /민병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