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주 말 달러페그제를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발표에 대해 "건설적인 조치"라고 평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의 환율정책은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조치로 중국 환율정책에 대한 압박은 완화될 전망이고 무역 분쟁도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민은행은 환율 유연화 방침을 발표하기에 앞서 고도의 수사를 동원했다. 위안화 절상을 정당화하기 위해 " 글로벌 경제의 상승과 중국의 '견고한' 회복세가 위안화 개혁의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수사는 이처럼 영리하다. 그러나 실물경제는 명확하지 않다. 중국이 지난 2005년 7월 관리변동환율제로 돌아선 후 2008년 중반 다시 폐그제로 돌아가기 전까지 위안화는 약 3년 동안 21%가량 절상됐다. 중국은 다시 위안화를 소폭 절상할 방침이다. 그러나 절상폭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여전히 유럽 재정위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고 수출 경쟁력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로 내부 분열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이 지적했듯이 중국의 무역 흑자는 상당히 감소했다. 인민은행은 "중국이 위안화를 대폭 절상할 근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미국 정치인들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다. 그러나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통화정책을 편다고 해서 새로운 글로벌 균형을 모색하려는 흐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세계경제 사정을 살펴가며 통화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올 하반기 중국은 다시 한번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지속 불가능한' 흑자다. 통화 가치가 높아지면 노동자들의 구매력이 늘어나고 인플레이션 위험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큰 이득이 될 수 있다.
피터슨 재단의 지난주 연구결과에 따르면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24%에서 40%까지 올랐다.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중국은 위안화가 외환시장 수급을 기초로 한 환율체계에서 평가될 수 있도록 차근차근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을 만족시킬 수 없을뿐더러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