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월 12일] 5조원의 정치게임

정부가 11일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투자 규모는 16조5,000억원. 이 중 민간 대기업이 투자하기로 한 규모는 4조5,000억원이다. 기존 세종시에 예정된 투자규모 8조5,000억원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크다. 또 기업들이 계획한 투자대상들이 하나같이 국가ㆍ기업 간 경쟁이 불붙은 발광다이오드(LED), 연료전지, 헬스케어 등 녹색첨단 분야들이다. 정부가 제시한 투자 유인책도 상당해 예정된 투자가 이뤄질 경우 기업경쟁력도 높아지는 등 시너지 효과는 클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단체 역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국가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환영 논평을 냈다. 잘만 되면 하나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는 바람도 담았다. 문제는 세종시법 수정안이 국회를 제때 통과할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정부가 바라는 4월 임시국회에서의 관련법 통과는 장담하기 힘들뿐더러 국회에서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크다. 세종시 수정안이 이미 정치논리화 돼 있기 때문인데 당장은 6ㆍ2지방선거의 표심이 주된 고려대상이다. 이후에는 대권후보 간의 셈법,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력에 미칠 영향, 길게는 오는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염두에 둔 채 세종시를 둘러싼 치킨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세종시 투자를 놓고 정치의 다양한 셈법들이 주판을 튕기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정부 여당도 예견했던 그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을 강행했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대규모 기업투자를 볼모 삼아 정치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기업들은 투자를 계획할 때 가장 큰 리스크로 '불확실성'을 꼽는다. 정부의 계획만 믿고 투자를 결정하기가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이번에는 경제논리가 정치논리를 앞서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담고….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경우 투자계획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였을까. 재계는 이날 환영 논평을 내면서 "수정안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 등 제도적 절차도 신속하게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려감이 잔뜩 묻어 있다. 최악의 상황은 예상하고 싶지 않다. 정치게임화될 것을 예견하면서 세종시 수정안을 강행한 정부여당을 초월해 최선의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는 정치력을 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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