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는 염색체 이상으로 불임인 A씨를 상대로 그의 부인 B씨가 제기한 혼인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지난 2010년 결혼했지만 A씨가 무정자증과 염색체의 선천적 이상으로 불임이라는 진단을 받은 뒤 다툼이 잦아졌다. B씨는 결국 "남편이 불임 사실을 숨기고 결혼했다"며 혼인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가 불임 사실을 속이지는 않았으며 불임이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별거 기간이 상당함에도 관계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등 결혼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B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A씨에게는 위자료 5,000만원을 부인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2심은 1심 결과를 뒤집고 "불임이 부부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사유"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시 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는 엄격히 제한해 해석해야 한다"며 "부부생활에 A씨의 성기능 장애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약물치료 등으로 A씨의 장애를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1960년 여성의 임신 불능이 혼인예약의 취소 사유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이번에 남성 불임에 대해서도 비슷한 취지의 판단을 내림에 따라 '불임이라는 요인이 결혼생활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이유는 되지 않는다'는 기조를 이어나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