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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다업 관광농원에 들어서니 차밭을 가린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먼저 손을 맞았다. 곧게 뻗어 잎으로 하늘을 가린 자태는 겨울을 잊은 듯 위풍당당했다. 편백과 삼나무 병사들의 열병을 마치니 드디어 보성의 아이콘 차밭이 펼쳐졌다. 짙푸른 차밭 역시 오와 열을 맞춰 둔덕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봉긋한 차나무들은 전날 내린 눈을 뒤집어쓴 채 아이스크림 같은 모양으로 보성의 겨울을 완상(玩賞)하고 있었다.
◇보성의 아이콘 녹차밭=보성차밭은 미국 뉴스전문 방송 CNN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 31선 중 12번째에 선정된 명소다. 풍광의 수려함은 국경이나 인종을 뛰어넘어 공감을 얻는 것이 분명했다. 기자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차밭을 섭렵했다.
하지만 보성차밭만 한 풍광은 어디에도 없다는 세간의 평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보성을 찾은 날 찌푸린 날씨였음에도 차밭의 아름다움은 추호도 훼손되지 않았다.
전라남도 보성군에 위치한 가장 아름다운 차밭 대한다업 관광농원은 총 170만평 규모. 이 중 50만평의 밭에 차나무 580만주가 식재돼 있다.
엄청난 규모의 차밭을 한눈에 조망하려면 바다 전망대에 올라봐야 한다. 가파른 차밭을 10여분 오르면 남쪽으로 봇재라 불리는 동산을 넘어 보성 앞바다가 펼쳐진다. 전망대 앞 비탈의 차나무들은 하얀 눈을 뒤집어쓴 채 남쪽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봇재라는 이름은 '안개가 구름처럼 밀려 들어왔다 봇물처럼 빠져나가는 산'이라 해서 붙었다. 대한다업 관광농원에서 봇재가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바다에서 밀려드는 안개는 차밭을 뒤덮고 일교차를 크게 만드는데 이 같은 기상 조건은 다른 곳과의 비교를 불허하는 차 품질로 이어진다.
대한다업 일대는 원래 지난 1939년 일본 경성화학이 운영하던 차밭이었으나 해방 후 1957년 고 장영섭 회장이 인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고미정 전라남도 문화관광해설사는 이와 관련해 "보성에는 모두 1,000여개의 차밭이 산재해 있는데 그중 대한다원은 가장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며 "대한다업 관광농원은 한국 유일의 차(茶) 관광농원이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차밭"이라고 말했다.
보성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차로 '봉로(峯露)'를 꼽는다. 봉로는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손으로만 채취한 차로 숙련된 인력이라 할지라도 하루 수확량이 1㎏에 불과하다. 기계를 이용할 경우 훨씬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지만 손으로 딴 차의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에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수확한 찻잎은 9증(蒸)9포(脯)(9번 찌고 9번 건조) 가공 과정을 거쳐 보성의 특산 '봉로'로 탄생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보성녹차는 산업재산권에 관한 원산지 개념의 명칭을 보장받는 대한민국 농산물지리적표시 제1호에 등재되기도 했다.
대한다업 관광농원은 이렇게 생산한 '봉로'를 앞세워 전국 차 전문 체인점에 차를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산 차의 품질이 알려지면서 보성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주소: 보성군 보성읍 녹차로 763-65(봉산리 1291) (061) 852-4540, 입장료=일반 3,000원, 초중고 학생 2,000원
◇보성차밭 빛축제=19일 저녁 점등식을 시작으로 '보성차밭 빛축제'가 열렸다. 내년 2월1일까지 계속되는 빛축제는 봇제다원에서 시작해 율포솔밭해변까지 8㎞ 구간에 걸쳐 성대하게 펼쳐진다.
보성군은 녹차밭에 대형 트리를 설치했으며 테마 거리, 은하수 터널, 봇재~다향각 경관조명, 빛의 거리, 포토존, 다짐의 계단, 소망 카드 달기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해놓았다.
이 밖에 매주 관광객들과 함께하는 공연과 체험행사도 마련됐다. 올해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이용해 눈꽃이 내리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전남 보성군 봇재다원~율포솔밭해변 일대 점등시간: 일·월·화·수·목요일 18~22시(단 24일은 24시까지), 금·토요일: 18~24시(31일은 다음 날 오전7시까지)
◇보성 맛집 '보성녹차떡갈비'=보성은 벌교 꼬막과 생선회가 유명하다. 하지만 지역주민에게 맛집을 물으면 '보성녹차떡갈비'를 추천하는 이들이 많다. 이 집은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다져 만든 떡갈비가 주력 메뉴인데 토박이들은 대부분 기자에게 돼지떡갈비를 추천했다. 하지만 기자의 입맛에는 소떡갈비가 맞았다. 돼지떡갈비는 1인분에 1만원, 소떡갈비는 2만원이고 두 종류를 한 덩이씩 내놓는 모둠떡갈비는 1만5,000원이다. 상호가 '보성녹차떡갈비'인 까닭은 갈비에 녹차가 첨가돼서가 아니라 녹차를 먹인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보성군 보성읍 우산리 27-1 (061)853-0300
/보성=글·사진 우현석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