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과 무상보육 등 복지예산 부담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서울 자치구마다 재원마련에 비상등이 켜졌다. 서울시 자치구들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려 안간힘을 쓰지만 이미 복지예산이 전체 예산의 60%를 넘는 자치구가 상당수에 달해 추경을 통한 재원마련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연말에는 기초연금을 비롯한 각종 복지수당 등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이른바 '복지 디폴트' 상태에 빠지는 자치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30일 서울시와 자치구 등에 따르면 25개 자치구 가운데 복지부담 때문에 추경 편성을 결정한 자치구는 현재 파악된 곳만도 17곳에 달한다. 구별로는 종로구를 비롯해 중구·용산구·광진구·성북구·강북구·도봉구·노원구·은평구·서대문구·마포구·양천구·구로구·금천구·영등포구·관악구·서초구·강남구 등 17개 자치구가 추경 편성을 결정했다. 여기에 현재 추경을 검토 중인 자치구까지 더하면 실제로는 25개 자치구 대부분이 추경 편성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기초연금이나 무상보육 등 사회복지비용 부담이 크다 보니 경로당 운영비 같은 기본적인 경상비 지출도 힘든 상황"이라며 "부족재원 마련을 위해 대부분의 자치구가 추경 편성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로구를 비롯한 일부 자치구는 기존 사업비는 물론 직원들의 각종 수당까지 5~10%씩 삭감하고 있다.
자치구들이 앞다퉈 추경에 나선 것은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등 복지사업이 늘어나면서 지자체가 매칭 형태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초연금 예산은 정부가 70%를 부담하며 나머지 30%는 서울시와 자치구가 절반씩 낸다. 그런데 지난해 말 지급시기와 대상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예산을 짜다 보니 미처 7월 지급에 대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이 화근이 됐다.
실제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올해 기초연금 지급 부족액이 64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자치구 평균 25억원이 넘는다. 구별로는 노원구와 강서구가 45억원으로 가장 많고 은평구(41억원)와 중랑구(33억원), 구로구(31억원), 성북구·양천구(30억원) 등도 최소 30억원 이상이 부족한 상황이다.
A자치구 관계자는 "기초연금 등 복지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다른 사업을 폐지하는 감액 추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미 각종 수당 등을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B자치구 관계자는 "과거 같으면 급한 예산이 필요할 경우 대형 사업 하나를 폐지해 임시변통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럴 만한 사업도 없어 예산이 나올 구멍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기초연금 지급예산도 부족하다 보니 신규 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히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각종 도시안전 사업에도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의식이 고조되고 있지만 자치구들이 관내 노후건물 보수 등 안전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복지비용이 현안인 도시안전 예산마저 삼켜버리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말에는 각종 복지수당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복지 디폴트 상태에 빠지는 자치구가 나올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복지 디폴트가 되면 도시시설 투자나 일부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
C자치구 관계자는 "자산매각 등의 재정확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제대로 되지 않는다"라며 "기초연금 부족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올 각종 복지수당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직원들의 수당지급도 지연되는 자치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정부가 기초연금 부족분을 지원해주고 장기적으로 지방소비세율 인상과 시세 항목 확대 등으로 지방재정을 늘려주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