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 칼럼] 2013 벤처생태계에 고함


올해 한국경제의 가장 큰 성취를 꼽는다면 지난 2000년 '닷컴버블 붕괴로 궤멸되다시피 했던 벤처생태계가 마침내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온 것이 아닐까 한다. 미국보다 좀 늦기는 했지만 지난해 중반 이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모바일을 근간으로 한 새 사업기회의 등장으로 한국은 제2의 벤처붐을 맞고 있다. 명맥조차 잇지 못했던 엔젤투자가들도 기력을 회복하면서 초기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정보기술(IT) 인프라 발달로 이들 기업의 모험적 시도가 상당히 쉬워졌다. 이런 시도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인큐베이터들의 활약도 눈에 띄게 늘어나는 등 벤처생태계 복원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코스닥ㆍM&A시장 여전히 터널 속

이렇듯 많은 긍정적 양상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불안함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벤처기업은 2006년 1만2,213개에서 2010년 2만4,645개로 2배 넘게 늘었지만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벤처기업 비중은 2005년 4.2%에서 2010년 1.2%로 크게 줄었다. 코스닥지수도 지난 5년간 500선에서 지루한 횡보를 계속, 성장을 도울 자금줄 역할을 하지 못했다. 벤처 선진국인 미국과 달리 초기 기업의 인수합병(M&A)도 거의 전무, 투자자금 회수와 재투입이 활로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내년 이후 한국 벤처생태계의 화두는 무엇일까. 우선 모든 시장참여자들이 가져야 할 덕목은 장기적 안목과 자세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미국의 벤처생태계도 50여년의 역사를 통해 구축돼온 것이다. 벤처기업가들도 한번 시작하면 인생을 걸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평생의 업으로 삼고 도전해야 하며 벤처투자가들도 극단의 인내심을 갖고 자신들과 인연을 맺은 기업가들과 벤처기업 종사자들이 탄탄한 성장을 일궈내도록 지원해야 한다. 일희일비하는 마음가짐으로는 절대 길고 지루하고 험난하기 짝이 없는 '벤처의 길'을 몇 발짝도 내딛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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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벤처기업가들은 기업가(起業家)로 시작해 기업가(企業家)로 성장해나가야 한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하고 항상 스스로를 혁신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사업모델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실패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벤처기업의 실패는 성장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난관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다. 벤처기업도 기업이므로 달랑 아이디어나 기술만 가지고 창업하던 시기에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고 할 필요도 없었던 수많은 과제들을 성장 과정에서 풀어가야 한다. 인력 충원과 관리ㆍ계발, 효율적인 자금운용, 경쟁전략 수립과 집행, 거시경제 변화에 따른 성장전략 고도화 등이 성장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이다.

집중력ㆍ인내심 갖고 전력질주하길

벤처기업가들이여, 내년에는 고도로 집중하고 성공을 위한 단단한 발판을 반드시 구축하라. 내년 이후 어떤 예기치 못한 난관과 위기가 닥쳐올지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세계경제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감히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전세계를 통틀어 현재 성공한 벤처기업으로 이름을 날리는 기업들은 지난 기간에 온갖 난관과 역경을 이겨내고 지금 당당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한눈 팔지 말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반드시 성공하기 위해 전력질주해 나가는 벤처기업가들의 오는 2013년을 성원하며 벤처투자가들도 여러분의 친구로서, 동지로서 끝까지 함께 할 것임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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