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영화인] "스크린쿼터 유지" 목청고조

한미투자협정의 협상과정에서 한국영화의 극장 의무 상영일수(106일)를 강제하고 있는 스크린 쿼터 문제가 불거지자 영화인들이 사생결단의 자세로 장기투쟁에 돌입했다.영화인들은 지난 1일부터 가두시위와 철야농성, 미대사관에 항의단 파견등 파상적인 투쟁을 벌이다가 지난 5일에는 김대중 대통령과의 면담을 공식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거시경제적인 안목과 문화적 패러다임에 대해 무지한 경제관료들에게 스크린쿼터 문제의 해결을 맡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김지미, 임권택, 이태원)는 또 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 의장이 현행 스크린쿼터의 축소·유지를 시사한 데 대해 5일 성명을 내고 『단 하루도 줄일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성명은 스크린쿼터 축소 불가 이유에 대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스크린쿼터 적용일수인 106일은 단 하루라도 줄어들면 곧바로 영화산업의 붕괴를 초래하는 「임계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스크린쿼터제 폐지 요구는 절대수용할 수 없다』면서도 『실제로 개봉영화관에서 105일밖에 한국영화를 상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92일만 고수해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그러나 영화인들의 주장은 『스크린 쿼터 일수를 단 하루도 줄일수 없다』는데 모아지고 있다. 문제의 시발점은 한미투자협정 과정에서 비롯됐다. 미국측은 우리에게 스크린 쿼터제의 폐지를 전제로 감축일정을 알려달라고 요구했고, 우리측은 이에 대해 여러가지 감축안을 제시한 상태에서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영화계에 통보한 것이 영화인들의 분노와 불신을 사게 된 것이다. 영화배우 문성근씨는 『지난달 충무롬 포럼을 개최했을 때 문화관광부 관게자들이 느닷없이 찾아와 미국의 요구로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으니 양해해달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뒤늦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눈치챈 영화인들은 동원 가능한 정보망를 풀 가동해 사태파악에 나섰는데, 문제는 미국 보다 우리 정부쪽에 있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한 영화인인 『미국측 관계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미투자협정에서 스크린 쿼터문제는 중요하지만(IMPORTANT) 그렇다고 협상의 주요(MAIN)이슈는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우리측의 협상자세에 강한 불신감을 드러내보였다. 영화인들이 이처럼 스크린 쿼터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극장에서의 의무상영일수가 현수준에서 줄어들면 영화제작의 기반이 순식간에 붕괴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영화감독 이창동씨는 『외국 영화계를 찾아가 보니 영화산업의 기반 위에서 영화를 만드는 나라는 손으로 꼽을만큼 극소수인 사실을 알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무슨 말이냐면 정부의 지원으로 1년에 영화 5편 내지 10여편을 제작하고 극장에서는 500~1,000여명 정도의 관객을 동원하는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전부 미국 할리우드가 지배하고 있고, 거기에 대항할만한 영화를 만드는 나라는 아시아만 해도 일본, 중국, 한국 정도라는 얘기다. 일본영화 전용관의 상영일수 비중이 40%인 일본은 대체로 40%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40%의 영상프로그램쿼터를 유지하는 프랑스가 기복은 있지만 35%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무상영일수 29%로 시장점유율 25%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마지노선이라는 주장이다. 김지미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요즘 신세대들이 영상산업과 예술쪽에 관심을 갖고 청운의 꿈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스크린 쿼터제가 무너질 경우 이들 꿈나무들의 진로는 어떻게 되느냐고』고 반문했다. 【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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