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의 파장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국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이 저마다 엇갈리는데다 기관마다 확실하게 입장을 정리하지 못해 내놓는 의견마다 오락가락하고 있어 국내 경기전망에 대한 혼선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단기적인 금융시장 파동에 그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사태 장기화와 그에 따른 실물경제 악화 가능성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어 내년 국내외 경제의 향방을 가늠하기도 힘든 상황. 이에 따라 정부의 내년 경제 운용방향은 물론이고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9일 금융연구원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가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며 사태 장기화를 경고했다. 앞서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은 한 강연회를 통해 “서브프라임 사태가 장기화되면 미국과 세계경제가 위축되고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금융불안 지속으로 국내자산이 큰 폭으로 조정되면 소비와 투자까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국내외 시장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기업들의 투자활동을 억제하는 등 실물경제로까지 확산돼 우리 경제를 견인해왔던 수출경기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날 현대경제연구원은 반대로 “내년 미국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내년 수출경기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연구원은 “내년에도 세계 경제성장률과 교역량 증가율이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돼 수출경기가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특히 미국 경제 회복의 영향으로 대미 수출은 호조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렇게 국내의 주요 싱크탱크들과 정부 당국이 서브프라임 사태의 파장에 대해 내는 목소리는 제각각이다. 위기발생 당시 금융당국 간에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 혼선을 초래하더니 요즘에는 민간 전문가들끼리 의견 차이도 벌어지고 슬그머니 당초 입장을 바꾸는 경우도 늘어나는 등 각 기관의 경기분석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앞서 서브프라임 사태 발발 직후 한국은행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경제부총리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같은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발언을 시장에 던졌다. 하지만 최근 한은이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국내 실물경기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미국 금융시장 불안으로 내년 경기는 하방 리스크가 다소 커졌다”며 기존의 낙관론에서 한발 물러선 반면 재정경제부는 “국내 경기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만 강조하며 다시 한번 낙관론을 펴고 있다. 최근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이동걸 원장도 부실 사태 발발 당시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는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이처럼 각 기관마다 서브프라임의 실체와 국내 파장에 대해 일관성 있는 분석과 전망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정확한 실체가 잡히지 않는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한 정확한 대응이 어려워지면서 내년 경기와 그에 따른 경제운용이 흔들릴 수 있다는 데 있다. 주요 연구소들은 아직 내년 경제전망치 수정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당분간 사태를 지켜본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한은도 국내 실물경제에 파장이 오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또 여파가 얼마나 클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마냥 추이를 지켜볼 수만은 없다. 당장 이번주에는 내년도 정부의 세입예산이 발표되는 등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을 토대로 한 나라살림의 계획이 짜이는 시점. 하루하루 급변하는 대외 여건으로 인해 경기의 큰 흐름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경제운용에 대한 준비작업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