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를 뜨겁게 달궜던 폭염의 기세도 한풀 꺾이고 가을의 문턱인 9월이 성큼 다가섰다. 아직 긴 소매 옷을 꺼내 입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계절의 순환은 부지불식간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서서히 가을 패션을 준비해야 할 때다. 올 가을 남성복과 여성복은 미니멀리즘이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블랙과 그레이, 브라운 등 전체적으로 색상이 차분해지고, 소재나 패턴은 보다 다양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S라인’ 열풍의 영향으로 슬림한 실루엣이 강세를 띌 것으로 전망된다. 올 가을 거리를 수놓을 남성ㆍ여성복 트렌드를 미리 살펴본다. ● 여성복 로맨틱한 ‘공주풍 패션’이 인기를 끌었던 춘하시즌과 달리 이번 추동시즌 여성복은 차분하고 절제된 느낌의 패션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체적인 색상이나 분위기가 차분해진 반면 소재나 패턴에 있어서는 장식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것이 특징이다. ◇남성 정장 스타일 인기 예상 = 이번 시즌 여성복의 핵심 코드는 ‘세련된 절제’다. 특히 80년대를 연상시키는 길고 슬림한 실루엣이 이번 가을 시즌에 대거 등장했다. 몸을 전체적으로 감싸는 듯한 여유있는 상의에 매우 타이트한 하의를 매치한 실루엣이 눈에 띈다.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정장 수트가 여성들의 패션에도 영향을 줘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면을 억제하고 남성의 클래식 수트를 그대로 가져온 듯한 ‘머스큘린 수트’와 스카프 타이, 남자 바지처럼 허리 부분에 턱을 잡은 와이드 팬츠가 선보이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잘록한 허리선, 짧은 소매 재킷 등의 여성스러운 스타일도 있지만 마치 아버지의 정장을 입은듯한 느낌의 어깨를 강조한 스타일이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색상은 지난 시즌보다 더욱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컬러가 유행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유행을 주도할 트렌드 컬러는 블랙 컬러와 그레이. 블랙과 그레이를 중심으로 차분한 다크 계열의 컬러가 부각되는 가운데 골드를 중심으로 한 메탈 느낌의 색상과 레드 컬러도 포인트 컬러로 새롭게 제시될 전망이다. ◇복고풍 벨벳ㆍ니트 소재 재부상 = 소재는 울(wool)이 부각되고 있다. 울 소재에 스트라이프와 솔리드 패턴, 헤링본 느낌의 패턴이 들어간 것이 많이 눈에 띈다. 고급스러운 광택이 있는 캐시미어, 실크 혼방 소재와 펠트, 트위드, 플란넬 등도 대거 선보이고 있다. 80년대 분위기를 연출하는 복고적인 느낌의 벨벳과 니트 소재 등도 주목받고 있으며 코트나 스커트, 액세서리 등에 부분적으로 양모나 여우털 등의 모피류가 들어간 퍼(fur) 소재는 볼륨감이 있으면서 우아한 패션을 마무리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남성복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 경향이 다시 찾아오면서 올 가을 남성복은 장식적인 느낌이 줄고, 블랙과 화이트 컬러의 조화를 통해 단순하지만 우아한 스타일이 유행할 전망이다. 특히 블랙 컬러의 사용이 크게 확산되는 한편 여성복과 마찬가지로 남성복도 슬림한 실루엣이 지속적으로 강조되며 ‘블랙 슬림룩’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블랙 강세속 브라운 컬러 급부상 = 색상은 블랙과 그레이 컬러 같은 모노톤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브라운 컬러가 트렌드 컬러로 급부상하고 있다. 블랙 컬러는 지난해 가을부터 트렌드 컬러로 부상, 올 가을에는 그레이와 함께 메인 컬러로 자리잡았다. 특히 시즌 컬러로 급부상한 브라운 컬러는 피부색에 황색 빛이 도는 동양인에게 잘 어울리는 색상이다. 브라운 컬러는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고 있는데, 골드와 섞여 은은한 광택을 머금은 브라운은 정장쪽에서, 오렌지빛이 섞여 밝고 따뜻한 느낌을 브라운은 콤비 재킷이나 캐주얼쪽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소재면에서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울 소재와 광택감있는 실크 소재가 많이 쓰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을 날씨에는 울ㆍ캐시미어, 실크ㆍ혼방 소재가 가장 많이 쓰이는데, 그 외에 기모가 있어 부드럽고 촉감이 좋은 플란넬, 벨벳, 코듀로이 소재가 많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러한 소재는 자연스러운 광택감으로 인해 블랙, 와인 등 어두운 겨울 색감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셔츠ㆍ타이도 슬림한 스타일 인기 = 정장 수트의 실루엣이 전체적으로 슬림화 되고 길이도 짧아지면서 셔츠와 타이 역시 같은 경향을 따르고 있다. 셔츠는 정장의 컬러 트렌드인 모노톤 코디에 어울리도록 화이트와 블루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핑크, 바이올렛, 오렌지 색상도 세련된 연출이 가능하다. 셔츠에 스티치, 보석단추, 자수 패치 등 장식적인 요소가 많이 늘었다. 타이는 무늬가 없는 솔리드나 스트라이프, 도트(점) 무늬 등 깔끔한 느낌의 타이가 인기다. 타이의 폭이 6~7cm 정도로 좁은 ‘내로우 타이(Narrow Tie)’의 인기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