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 지상에 등장하는 전문가의 이름을 몇 명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의 함영진(32ㆍ사진) 부동산연구실장도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숱한 부동산 전문가 중에서도 가장 젊은 축에 속하지만 그의 시장 진단은 언제나 막힘 없이 명쾌하다. 복잡다기한 부동산 정책들이 시장에 접목되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시장의 흐름을 간결하게 분석해내는 능력에서는 오랜 연륜마저 느껴진다. “부동산 이론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시장을 읽는 눈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어느 지역으로 가려 하는지, 사고 싶어하는지 팔고 싶어하는지, 각종 데이터와 언론기사들을 취합해 분석하면 추세가 보이고 전망도 나오게 되죠.” 대학에서 국사를 전공했던 ‘부동산 문외한’이 부동산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바로 PC통신이었다. PC통신이라는 업종에 매력을 느끼던 터에 당시 천리안 등에서 아파트 정보를 제공하던 내집마련정보사에 눈길이 끌렸다. 지난 99년 입사한 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로부터 도제식 교육을 받으며 부동산에 서서히 눈을 떠가기 시작했다. 내 집 마련 수요자들에게 온라인 상담을 해주고, 각종 매체에 기고하고 틈틈이 강의도 하는 바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 도움을 받고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사람들이 작은 선물과 함께 고마움을 표할 때는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을 느끼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적지않았다. “한 신문의 요청을 받고 ‘깡통 아파트’에 관한 자료를 만든 적이 있는데 내용이 기사화된 뒤 엄청난 항의를 받았어요. 사실관계가 틀리지는 않았지만 가뜩이나 집이 안 팔려 고통받는 판에 기름을 부었다는 거죠. 항상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날 수 있어 바짝 긴장해야 해요.” 일반인들이 흔히 부동산 전문가에 관해 궁금해 하는 점 중 하나는 그들의 재테크 성적이다. 하지만 함 실장은 크게 내세울 만한 성적은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분양권 전매가 자유롭던 시절 월급을 받아 모은 종자돈으로 몇 건의 거래를 하며 조금씩 불린 정도다. “몇 년 전만 해도 30평대 서울 아파트를 2억~3억원이면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웬만하면 5억~6억원이 넘어가잖아요. 섣불리 투자하기에 버거워지기도 했고 상담만 하다 보니까 투자할 시간도 별로 없어요.” 함 실장에게 부동산 시장은 마치 ‘모닥불’ 같은 존재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면 뜨겁고 그렇다고 멀리 물러나면 추위에 떨어야 하기 때문이다. 항상 정부의 정책과 시장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이유기도 하다.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무조건 재테크만 추구하기보다는 실수요와 병행하면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갖춰야 하지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잖아요. 이럴 때는 ‘유효 수요’, 즉 돈 있는 사람들이 가려는 방향만 따라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특정지역의 인구가 늘거나 줄어드는 것도 다 유효수요의 움직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