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1910년대 후반 한국 자본가 조명

■ 근대 한국의 자본가들

오미일 지음, 푸른역사 펴냄


1910년대 후반을 중심으로 초기 한국 자본주의 성장 과정을 면밀하게 들여다본 책이다. 저자는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로, 2002년 '한국근대자본가연구' 등을 내놓으며 한국 초기 자본주의 연구에 매진해왔다. 저자가 특히 이 시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식산흥업운동을 배경으로 대한제국의 관료와 상인, 수공업자 등 다양한 주체들이 뿌린 씨앗들이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어떻게 싹을 틔웠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1910년대 후반은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초기 자본주의 범주를 세 가지로 구분한 뒤 대표 인물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서술해나간다. 우선 초기 자본가를 신분, 사회적 배경, 자본 축적 경로에 따라 세 유형으로 세분화했다. 기업 설립에 참가한 관료 출신 자본가, 상업활동과 무역업으로 축적한 자본을 기업에 투자한 상인, 소규모 제조업체를 경영하며 근대 기업가로 성장한 유형 등이다.


저자는 특히 1917년쯤 총재산 500만∼600만원을 기록하며 당시 '반도 유일의 부호'라 불린 민영휘에 대해 "그의 재산은 평안도 관찰사, 선혜청당상 등 봉건 권력을 기반으로 인민들의 재산을 수탈함으로써 획득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민영휘의 셋째 아들인 민규식이 조선총독부 지배 체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경제적 특혜를 얻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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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호남은행장 출신으로 간척과 증미계획에 힘썼던 현준호, 금은세공업자에서 화신백화점 창업주로 성공한 신태화, 백산상회를 설립한 민족자본가 안희제의 재산 축적 과정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전통 수공업 요업에서 벗어나 최초로 '대규모 개량 요업'을 시도한 평양자기제조주식회사를 살펴보는 데도 상당 비중을 할애했다. 1919년 경성방직주식회사보다 10년이나 앞서 설립된 이 회사는 이승훈, 이덕환, 윤성운 등 객주업과 잡화 무역 등으로 성장한 평양 대표 상업가들이 경영을 주도했다. 저자는 "일제의 정치적 탄압과 경영 미숙으로 인해 결국 폐업되고 말았으나 사회·경제사적인 면에서, 좁게는 기업사적인 면에서 결코 적지않은 역사적 의의를 지녔다"고 평가했다.

책은 당시 신문 기사, 광고는 물론 일본국립공문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출자료를 발굴, 당시 자본가들의 보유 증권 내역, 자산 현황, 그들이 설립한 기업의 사업계획서 등 구체적인 자료들을 대거 동원해 내용의 촘촘함을 더했다.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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