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호ㆍ악재 공존… 박스권 장세 예상

미국의 경제전문 주간지 배런스지의 컬럼니스트 마이클 샌톨리는 최근의 뉴욕 증시를 아기 걸음마에 비유했다. 뒤뚱뒤뚱 걷다가 넘어지고, 그리고 일어서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다리에 힘이 없기 때문에 빨리 나가지는 못하고, 조그만 장애물이 있어도 넘어지는 아기 걸음마처럼 이번주 뉴욕 증시는 악재와 호재 사이에서 조정 장세를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들 사이에는 다우존스 지수 8,500~8,800 포인트 사이의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으며, 장기적인 추세를 조사해온 연구자들 사이에는 계절적으로 여름철 하락장세(bear market)가 5월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주 뉴욕 증시는 26일이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휴일이어서 27일부터 4일간 개장한다. 상장기업의 수익과 거시 지표에서 특별한 발표가 없기 때문에 돌출적인 지정학적 사건에 증시가 흔들릴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증권시장보다 미국 국채(TB)와 외환시장의 달러 환율에 더 큰 자금 흐름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시장의 변화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미국 국채(TB) 수익률이 50년만에 최저로 하락했다는 사실은 채권 수익률과 주가 수익률과의 역전이 가깝다는 뜻이다. 역으로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이 동시에 상승하는 불균형의 상황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므로, 주가 상승에 한계가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이런 시험이 이번주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달러 하락에 대한 견해도 분분하다. 달러 하락이 미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므로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해석과 달러 표시 자금의 해외 이탈을 촉진할 것이라는 부정적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긍정적 해석이 주식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최근의 급격한 달러 하락에도 불구, 미국 국채(TB)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에서 자본이 유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오류임을 입증했다. 오히려 미국 이외의 지역에 머물러 있던 자금이 유로로 전환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랍계 오일 머니는 이미 지난해에 미국 금융시장을 빠져 나갔고, 이 자금이 최근 유럽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최근의 달러 하락은 뉴욕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 증시에는 긍정적인 뉴스가 많은 것처럼 부정적 뉴스도 많다. 긍정적 뉴스로는 미 의회가 3,500억 달러에 이르는 감세안을 통과하면서 주식 배당세를 깎아주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월가의 큰손 워렌 버핏이 경영하는 버스셔 헤서웨이사만 해도 배당세 인하로 올해 3억 달러 이상의 세금 혜택을 얻게 되는데, 감세로 인해 절약되는 뭉치돈이 증권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증시 투자 낙관지수도 크게 개선됐다. UBS 증권이 조사한 투자자 낙관 지수는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끝난후 투자자들이 긴장감에서 헤어나와 금융상품을 살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낙관적 무드에 못지 않게 비관적 요소도 적지 않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경고했듯이 미국 경제에 40년만에 처음으로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보다 무서운 것으로 경제학계에 알려져 있다. 자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나타나는 디플레이션 현상은 기업 수익을 떨어뜨리고, 개인 소득을 깎아버리기 때문에 자본시장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그린스펀의 경고는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주식 투자자들은 무시하고 있다. 경기가 곧 회복될 것이며, 그럴 경우 디플레이션이 없다는 게 뉴욕 증시를 지배하고 있다. 증시 투자자들이 채권 투자자들보다 낙관적인 셈이다. 지난주 5영업일동안 다우존스 지수는 0.9%, 나스닥 지수는 1.9%, S&P 500 지수는 1.2% 각각 하락, 3주간의 상승세를 중단하고 조정 기간을 가졌다. 지난주말로 다우존스 지수는 이라크 전쟁 직전의 저점에 비해 14.3%, 나스닥 지수는 18.8%, S&P 500 지수는 16.5% 상승했다. 월가의 정의에 따라 20% 상승을 `황소장세 (bull market)`라고 한다면, 전후 상승세가 황소장세가 되려면 5% 정도 더 올라야 한다. 이번주에는 S&P 500 기업 가운데 퀘스트, 달러 제너럴, 브라운 포먼등 3개사가 분기 실적을 발표할뿐 기업 수익 발표에 관한한 비교적 조용한 주간이다. 이번주에 발표되는 컨퍼런스보드와 미시건대의 5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4월 부동산 거래 실적은 하락하고, 내구재 주문량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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