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표 한류상품으로 꼽히던 막걸리(탁주)가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고 있다. 반(反)한류에 따른 일본 수출 감소 등으로 해외시장에서 밀리고 소비자 취향 변화로 국내에서조차 설 땅을 잃고 있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거품이 꺼지면서 마침내 국내 막걸리 산업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며 "유통구조 개혁 등 해법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본 등 해외로 팔리는 막걸리 규모는 최근 몇 년 새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27일 국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막걸리의 해외 판매금액이 1,157만2,000달러에 그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2,675만8,000달러)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국내에서도 저도주 위스키나 리큐르 등에 밀리면서 외면당하기는 마찬가지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막걸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줄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막걸리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일본 내 소비가 줄고 또 한때 막걸리를 찾던 국내 고객들이 리큐르 등을 선호하면서 자연히 전체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점차 도태되고 있는 국내 막걸리 산업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유통구조 개선 및 신제품 개발 등 환골탈태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맛이나 특성이 유사한 막걸리가 1,000여개 기업에서 제조ㆍ판매되는 등 지금껏 막걸리 업계가 위기를 자초했다는 이유에서다. 과다한 판매관리비용 지출에 기댄 영업방식도 국내 막걸리 업계가 고쳐야 할 고질병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보면 전체 기업의 판관비 평균 금액이 전체 매출액의 14.58%인 데 반해 주류 업계는 31.46%로 두 배가량 높다"며 "특히 막걸리 등 전통주의 경우 자본금 1억원 미만의 기업들이 산재해 있다 보니 유통구조가 취약해 과다한 판관비 지출 등 과거 영업방식에 기대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몇 년 전 막걸리 업계의 호황기에도 신제품을 개발해 국내외 시장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사실 전무했다"며 "앞으로 자연히 시장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협회 등 대표 기관을 통한 유통구조 개선은 물론 기업 자체적인 신제품 개발, 공동 브랜드화 등이 동반돼야 국내 막걸리 업계가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