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서민 절벽으로 내모는 사회

■ 절벽사회(고재학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5년 전 교통사고 소송 과정에서 삼성전자 부사장의 연봉이 공개됐다. 10억 2,000만원. 한 해 동안 급여와 성과급을 더한 금액이다.

"우리는 점심으로 싸온 찬밥을 여자화장실 맨 구석 좁은 비품 칸에서 무릎을 세우고 먹습니다. 학생들이 옆 칸에서 용변을 보면 숨을 죽이고 김치를 소리 안 나게 씹지요."


3년여 전 학교 측의 집단해고에 맞서 농성을 벌였던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애환 섞인 말이다. 하루 10시간씩 꼬박 일하고 이들이 손에 쥔 월 급여는 75만원. 5년 전 삼성전자 부사장 월급 8,500만원의 113분의 1이다. 열심히 일한 만큼 어제보다 오늘이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달랐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질 줄 모르고 외려 간극은 커지기만 한다.

관련기사



임금만이 문제가 아니다. 요즘 셋방살이 서민들의 꿈은'내 집 마련'이 아니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전월세 주택의 확보다. 문제는 전셋값 오름폭이 집값보다 크다는 점. 고된 노동에 편히 몸을 누일 공간 확보조차 하늘의 별 따기니 서민들의 마음은 더없이 헛헛하다.

개인의 노력으로 겹겹이 쌓아 올린 성공이 한 번의 실패로 나락으로 떨어지면'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게 오늘날 우리가 두 발을 내딛고 서 있는 땅이기도 하다. 사업자의 파산 경력은 낙인이 돼 사회적으로 매장 당한다. 한 발만 삐끗하면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회, 오늘날 한국은 바로'절벽'과 닮아 있다.

언론인인 저자는 인구, 일자리, 재벌, 교육, 취업, 임금, 금융, 창업, 주거 등 아홉 개의 장으로 나눠 우리 사회 절벽의 실상을 분석한다. 한국 사회의 절벽을 허물기 위해서 저자는'인간적 자본주의'라는 키워드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나간다. 1만 5,000원.


김민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