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들의 지난달 채권 순투자액이 월간 단위로는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이 사들인 채권 대부분이 단기물이라는 점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무게를 뒀다는 해석이다.
금융감독원이 9일 발표한 '5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상장채권에 3조1,970억원을 순투자했다. 월간 순매수 규모는 지난 2013년 2월의 3조5,000억원 이후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다. 순투자액은 채권을 순매수한 금액에서 만기상환 등으로 빠져나간 금액을 뺀 것이다. 지난달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전월보다 7,000억원 늘어난 4조4,353억원, 만기상환 규모는 1조2,387억원이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단기물 위주로 채권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채선물시장에서도 3년물의 경우 외국인 순매수가 글로벌 채권금리 급등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던 지난달 중순 이후 4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18일부터 9일까지 국채선물 3년물을 4만1,122계약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장기물인 국채선물 10년물의 외국인 순매수는 1만4,073계약에 그쳤다.
만기가 긴 채권의 경우 글로벌 채권시장의 흐름에 영향을 많이 받는 반면 단기채권은 상대적으로 기준금리 결정 등 국내 정책적 요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손소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스위스·룩셈부르크 등 유럽계 자금이 우량하고 상대적으로 금리 매력이 있는 국내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유효한 국내 채권의 자본 이익 발생 가능성 등이 투자를 이끈 것"으로 해석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 담당자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우려에 따른 내수 위축으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며 "외국인투자가들이 기준금리 인하 쪽으로 관련 포지션을 잡을 시점으로 보고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락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초 글로벌 채권금리 변동성 심화의 영향으로 채권에서 빠져나왔다가 변동성이 다소 진정되면서 대기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를 바탕으로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베팅한 게 아닌가 하는 관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수출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서비스업 등 내수 역시 메르스 확산 우려에 따른 중국 관광객 매출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둔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이사는 "5월 금통위 이후 소비심리 개선과 자산시장 회복 분위기는 한풀 꺾인 상태"라며 "이달 중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며 만약 동결된다 해도 인하 기대감은 7월로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이날 발표한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전문가 11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동결을 예상한 비율은 지난달의 93.4%에서 70.1%로 낮아졌다. 반대로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월의 6.6%에서 29.9%로 크게 증가했다. 금투협 측은 "대내외 정책 불확실성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이 이어지고 기준금리 동결 인식이 높다"면서도 "국내 경기가 부진하다는 인식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상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