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설비투자의 ‘수입자본재’ 의존도가 처음으로 50%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설비투자에 쓰인 자본재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들여왔다는 것이어서 설비투자 증가가 경기회복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설비투자를 위한 수입자본재 조달 비중은 51.7%로 지난 2004년(49.3%)에 비해 2.4%포인트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 가운데 수입설비 비중이 50%를 넘은 것은 9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후 처음이다. 이처럼 수입설비 의존도가 높아진 표면적 이유는 원ㆍ달러 환율과 원ㆍ엔 환율 등이 하락해 해외자본재의 상대가격이 계속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2002년까지만 해도 설비투자를 위한 수입자본재 조달 비중은 34.3%에 그쳤지만 원화 환율이 크게 내려가기 시작한 2003년 이후 눈에 띄게 비중이 높아졌다.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국산 장비와 핵심 부품의 기술력이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반도체 LCD 제조 등에 이용되는 첨단 계측기기 등이 포함되는 정밀기기 등의 국산화가 단시일에 이뤄지기 어려워 수입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밖에 국내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자본재의 수입의존도가 커지면서 ‘수출증가→투자증가→생산증가→고용증가→소득증가→소비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끊겨 수출과 투자가 늘어나도 내수경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자본재 수입이 계속 늘어나게 되면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수출과 투자의 경기진작 효과를 떨어뜨리게 된다”며 “국산 설비와 부품ㆍ소재산업 강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설비투자가 국산 설비 중심으로 이뤄져야 산업과 경기 전반에 미치는 연관효과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수입이든 국산 설비든 그 자체가 일자리 창출과 성장잠재력 제고 등에 긍정적인 경제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