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양사의 합병 외에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모바일기업(카카오)이 사실상 인터넷기업(다음)을 인수한 국내 첫 사례라는 것이 우선 그것이다. 이 이면에는 정보기술(IT) 환경이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굳혀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이 모바일 환경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서 결국 카카오와의 합병으로 이어지게 됐다"며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국내에서도 IT 환경이 모바일로 완전히 옮겨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번 합병은 국내 벤처 1세대로 IT를 대표하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재웅 다음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 3인의 또 다른 도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선 이번 합병으로 이 창업자는 다음의 대주주 자리를 김 의장에게 내주게 됐다. 이 창업자가 갖고 있는 13.67%의 다음 지분이 5.5%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 1995년 창업한 이래 한메일, 다음 카페 등의 서비스로 국내 인터넷의 획을 그은 다음을 창업 5년 차인 카카오에 넘겨준 셈이다.
이 창업자의 이번 결단은 다음은 살리고 또 다른 도전에 나서기 위해서다. 다음이 국내 2위 포털이지만 사실상 1위 네이버에 두 배 넘게 뒤처지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네이버 '라인'보다 모바일메신저 '마이피플'을 먼저 출시했지만 라인 가입자에 한참 못 미치는 마이피플 가입자 수 등 각종 지표는 '다음이 장기 정체 국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오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모바일메신저와 플랫폼을 휩쓴 카카오톡은 다음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시장의 대세가 모바일로 넘어간 현재 시장상황에서 포털 2위 다음이 전세를 역전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창업자는 지분을 포기했지만 그만큼 다음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의장에게도 이번 합병은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NHN의 창업 멤버로 1998년 한게임을 설립해 국내 벤처의 성공 신화를 이끌어오던 김 의장은 2010년 만든 카카오톡을 '국민 메신저'로 만들며 승승장구했지만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해 사실상 성장이 멈춘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카카오가 국내에서는 모바일플랫폼을 장악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의 위챗, 미국의 왓츠앱, 네이버의 라인에 한참 밀리는 상황은 김 의장의 조바심을 더 크게 만들었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전언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 의장으로서는 다음과 인수합병을 글로벌 진출의 발판으로 삼는 일에 주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과의 합병은 카카오에는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김 의장의 승부수"라며 "사실상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하는 모습인 이번 합병건에서 통합법인 이름이 '카카오다음'이 아니라 '다음카카오'인 것은 카카오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6일 인수합병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나가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카카오의 등장으로 당장 긴장상태에 빠진 것은 '국내 1위, 글로벌 3위'인 이 의장이다. 특히 이 의장과 대학 때뿐만 아니라 'NHN 한솥밥'을 먹었던 김 의장이 이 의장에 대해 정면승부를 걸어온 것이어서 다음카카오의 출범은 이 의장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카카오가 앞으로 순항하게 되면 국내 시장에서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고 글로벌 3위 모바일메신저를 가지고 있는 네이버를 안팎으로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합병 소식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소비자를 위해 두 회사의 합병은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지만 앞으로 다음카카오가 미칠 파급력을 가늠하느라 당분간 네이버는 분주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