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기업 해외 M&A로 조세회피

페이퍼컴퍼니 제재 강도 높이자<br>세율 낮은 네덜란드·아일랜드에 합병 후 법인 등록해 절세 효과


해외 인수합병(M&A)이 글로벌 기업들의 새로운 조세회피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방식으로 세금을 피해온 기업들에 대한 제재강도가 높아지자 해외 M&A가 제2의 조세도피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외국 기업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세금을 아끼면서 미국법인의 지위를 포기하는 대기업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예는 지난달 발표된 미국의 세계 1위 반도체장비 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와 업계 3위인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간 합병계획이다.

양사 대표들은 합병에 따른 개발비용 절감, 시장지배력 강화 등의 시너지 효과를 부각시키면서 연간 1억달러에 이르는 세금절감 효과에 대해서는 굳이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들은 합병 후 신규 법인을 세금이 낮은 네덜란드에 등록하기로 함으로써 실효 법인세율을 대폭 떨어뜨리는 효과를 얻게 된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의 경우 현재 적용되는 22%인 실효법인세율이 합병 성사 후에는 17%까지 떨어진다.


지난해 아일랜드 기업 쿠퍼인더스트리스를 130억달러에 인수한 미국 에너지기업 이튼코퍼레이션도 이 M&A로 연간 1억6,000만달러의 세금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이튼코퍼레이션은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신규 합병법인을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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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글로벌 기업들은 본국의 높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버뮤다ㆍ케이맨제도ㆍ버진아일랜드 등 유명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는 고전적인 방식을 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본국은 물론이고 전세계적인 비난과 감시가 강화되면서 해외 M&A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 NYT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달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역외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액션플랜'을 승인하는 등 글로벌 공조를 강화하고 나섰다. 개별국가 차원에서도 최근 미국은 행정부와 의회가 합심해 역외탈세 금지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세제개혁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조세회피 기업들의 제재ㆍ처벌수위를 높이는 추세다.

절세를 노린 해외 M&A는 아일랜드와 네덜란드 같은 낮은 세율의 유럽 국가에 합병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특징이다. 버뮤다처럼 눈에 띄는 조세회피처를 피함으로써 감시 대상에서 벗어나는 것 외에도 유럽 현지의 높은 기술과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미 하버드대 로스쿨의 스티븐 셰이 교수는 "단순히 (절세 목적의) 역외기업을 갖기 위해서만 합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업이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데는 주된 목표 외에도 다른 여러 부수적 효과가 고려된다"고 말했다.

유병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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