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터미널에선…<br>"한국제품 세계서 인정… 물동량 늘어 보람 느껴요"
| 지난달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유럽연합(EU)으로 수출되는 화물들이 대한항공 화물기에 실리고 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현지시각 1일 자정 이후 EU에 도착하는 화물들은 원산지 인증을 거쳐 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영종도(인천국제공항)=김동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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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짙게 내린 1일 오전4시. 대한항공 KE591편이 굉음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 비행기는 현지시각 1일 오전7시45분(한국시각 1일 오후2시45분) 오스트리아 빈국제공항에 도착, 1일 자정을 넘겨 유럽연합(EU) 땅에 착륙하는 첫 한국 화물기가 됐다. 이 비행기에 실린 100톤의 화물은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첫 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이날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의 작업자들은 화물기 출발 3시간 전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수출품은 세관을 거친 뒤 보안검색(개봉ㆍX레이검사, 폭발물 흔적 탐지)→화물 중량 측정→포장작업 등을 거치고 이륙 준비를 마쳤다. 품목에 따라 개봉검사와 X레이검사, 폭발물 흔적 탐지의 세 가지 검사 중 일부가 선택적으로 이뤄지나 이번 수출품은 모든 검사를 다 거쳤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규정에 따라 화물을 선적하던 20여명의 작업자들은 수출품들이 한ㆍEU FTA 발효 후 첫 제품이라는 얘기를 듣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FTA를 계기로 우리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많이 팔린다면 좋은 일 아니냐"며 "물동량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보람을 더 느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화물기를 조종하는 최수완 대한항공 기장은 "국적 항공사 화물기로 우리 제품을 싣고 가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한국과 EU가 FTA를 통해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의 한 관계자는 "하루에만 수출입 화물기가 40편 정도 뜨고 내린다"며 "월 최대 1,200여편인데 앞으로 한ㆍEU FTA뿐만 아니라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해당 국가로 나가고 들어오는 화물편수가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물기에 실린 화물 중에는 현대ㆍ기아차 부품 10톤과 삼성 휴대폰 부품 10톤이 포함돼 있다. 이 화물은 모두 원산지 인증을 받아 FTA 발효의 수혜를 입었다.
현대ㆍ기아차 부품은 '프런트엔드모듈(front-end-module)'과 '운전석 모듈' 등이다. 해당 제품을 생산한 현대모비스의 한 관계자는 "수출품들은 적게는 3%의 관세 혜택을 봤으며 운전석 모듈 중 카오디오 부품은 14%의 혜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FTA 발효로 가격경쟁력이 충분히 확보됐다"며 "현대ㆍ기아차 등에서 생산한 우리 자동차가 유럽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선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부품은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한 뒤 부품 조립공정을 거쳐 체코 현대차 공장과 슬로바키아 기아차 공장으로 간다. 이후 현대ㆍ기아차의 완성차에 장착돼 유럽 전력을 누비게 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서유럽 내 우리 자동차 브랜드파워가 FTA 발효로 한층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동차 부품 등에 대한 관세 혜택으로 한국산 자동차가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자연스럽게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말 현대ㆍ기아차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4.6%로 2000년 2%, 2005년 4% 이후 갈수록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