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회현동 메사빌딩 1층. 중년 남성 서너명이 건물 출입구 앞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별다른 안내문도 없는 이곳은 신세계가 운영하는 위드미 편의점의 사업설명회장. 인천에서 왔다는 한 예비 가맹점주는 "치킨집을 하고 있는데 월드컵이 끝나면 편의점으로 갈아탈까 생각 중"이라며 "기존 편의점과는 사업 모델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남성은 "포털의 편의점 카페에서 정보를 접하고 왔는데 요즘 주위에서 위드미 얘기가 부쩍 늘었다"며 관심을 보였다.
신세계가 지난 1월 인수한 편의점 위드미를 '신세계 편의점'으로 탈바꿈시키는 막판 작업에 한창이다. 론칭 초기에 몸집을 불려 시장에 조기 안착하겠다는 목표 아래 이르면 다음 달 새로운 간판을 달고 편의점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신세계가 이처럼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편의점 사업이 올초 오픈한 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에 이어 두번째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정용진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2009년 12월 그룹 총괄 대표 취임과 동시에 경영수업 동안 구상했던 신세계의 미래 성장 동력을 현실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편의점·홈쇼핑·e몰·아웃렛·복합몰 등 신세계가 확보하지 못하거나 취약한 유통 채널을 강화하고 사실상 실패한 중국 사업을 대신할 새로운 해외 시장 개척 등이 구체적인 목표였다.
하지만 만반의 준비 끝에 선보인 SSG닷컴은 오픈과 동시에 접속 불안 등의 문제를 일으키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 때문에 두번째 프로젝트인 편의점 성공에 대한 각오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신세계는 위드미 인수를 진두지휘해 온 조두일 경영전략실 신사업태스크포스팀장(상무)을 위드미 대표로 선임했고, 최근 CU에서 영업 핵심 인력 3명을 영입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매일 30~40건씩 위드미 가맹 사업 문의가 온다"며 "후발 주자인만큼 좋은 조건을 제시해 가맹점을 많이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롯데가 '백화점-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편의점-홈쇼핑'으로 이어지는 수직 유통망을 구축한 것처럼 편의점을 추가해 다각적인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계산이다.
부족한 유통 채널의 종류를 늘리겠다는 정 부회장의 야심은 홈쇼핑에서도 가시화하고 있다. 그는 그간 "편의점, 홈쇼핑 등 없는 유통 채널에 관심이 충분히 있다"고 공공연히 밝혀왔고, 최근 신세계는 '유사홈쇼핑'으로 불리는 T커머스업체 드림커머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신세계 측은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T커머스 진출을 추진해왔다"며 "시장 상황이 허락한다면 언제든지 홈쇼핑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세계는 절대 열세인 면세점 사업도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면세점 정책이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에게 기회를 주자는 쪽이지만 롯데·신라와는 시장 내 지위가 엄연히 다르다는 게 신세계 입장이다. 면세점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성영목 조선호텔 대표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기회가 되는 한 모든 면세점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던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특히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오는 하반기로 예정된 인천공항 입찰에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상쇄할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겠다는 것. 신세계는 1997년 상하이 이마트 1호점을 내며 중국에 첫 진출한 이래 점포 수를 한때 27개까지 늘렸다. 하지만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와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매장 수를 16개로 줄였고 여전히 적자 점포를 정리하는 중이다.
하지만 글로벌 사업을 완전히 포기할 수 없는 만큼 해외 직진출 대신 해외 소싱 등 사업 다각화로 눈을 돌리는 한편 중국을 대신할 국가로 베트남, 몽고 등 다른 아시아권 국가들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정 부회장은 지난 해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동행, 베트남 재계 관계자들에게 "베트남 상품 수입을 늘리겠다"고 공언했고, 추진 중인 현지법인 설립 절차가 끝나는 대로 호치민 고밥 지역에 마련해놓은 부지에 베트남 1호점을 세워 내년 하반기 내 오픈할 계획이다.
증권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불황 심화로 마트 사업이 부진한데다 눈에 띄는 백화점 신규 오픈이 없어 신세계가 정체돼 있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는 신규 사업을 위한 물밑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하반기부터는 공사가 한창인 복합몰, 백화점 등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그룹의 성장 모멘텀으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