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때문에 어긋나기 시작한 우리금융의 민영화 작업이 갈수록 삐걱거리고 있다.
2월 임시국회 파행으로 지방은행 민영화와 관련한 로드맵이 흐트러지면서 매각 가격의 재산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고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물과 우리F&I의 가격 재조정 협상도 순탄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탓이다. 자칫 우려대로 4월이 아닌 6월 임시국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처리될 경우 지방은행 인수자 측에서 발을 빼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마저 들린다.
지방은행 분할을 전제로 한 우리은행의 매각은 현실적으로 관심권 밖에 놓인 상황이다.
시장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10~15% 지분을 가진 3~4개 과점 주주가 공동경영하는 방안은 말 그대로 하나의 방법론일 뿐 매각방식 등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 당국은 일러야 5월 초는 돼야 매각 공고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더 답답하다"며 "늦어도 이달 내에는 증권매물 협상을 모두 끝내겠다"고 말했다.
◇지방은행 가격 재산정 가능성 솔솔=가격 재산정은 경영환경 변화로 인수대상 매물의 자산 건전성에 큰 변화가 생길 때 이뤄진다. 가령 인수자 쪽에서 피인수 은행의 기업여신에 대거 부실이 발생했다고 판단하면 가격을 더 깎기 위한 협상을 요구하게 된다.
경남과 광주은행의 경우 지난해 6월을 기준으로 인수 가격이 결정됐다. 우리금융과 당국은 아직 이들 은행의 자산건전성에 큰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차일피일 매각이 미뤄지면서 속을 끓이고 있다. 당국 고위 관계자는 "입찰 때 JB지주(전북은행)는 가격 재산정을 요구하는 권리를 명시했고 BS지주(부산은행)도 (가격 재산정을) 요구한다면 해야 되지 않겠냐"며 "인수자 입장에서는 대금납입을 미룰수록 금융비용을 아낄 수 있어 상황을 보고 재협상을 하려고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관측이 나오는 데는 4월에 조특법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한다. 정치권이 약속했다지만 지방선거가 코앞이라 4월 처리 역시 공수표가 될 소지가 농후하다. 이 경우 선거 이후인 6월 처리가 유력하다. BS지주의 한 고위 관계자는 "어떻게든 4월 국회에서 조특법이 처리되기만 하면 가격 재협상 여지는 크지 않지만 6월로 넘어가면 법률적으로 따져 볼 것은 따져 봐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BS와 JB의 눈치까지 볼 입장이 된 매각자 측으로서는 가격 할인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기도 어려워 공적자금 회수 규모가 줄어들 여지가 있다. 이래저래 변수가 많아진 셈이다. BS측은 4월에 법안 처리가 되면 최종 인수는 7월 말께, 6월에 되면 10월은 돼야 계약이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F&I 등 증권 매물은 할인 불가피=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끝난 매물도 가격 조정이 진행 중이다. 우리금융은 이르면 이번주 우리F&I의 협상을 끝내고 늦어도 이달까지는 우투증권 패키지 매물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우리F&I의 할인 폭은 애초 제시된 4,000억원에서 4% 정도 깎은 가격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패키지 매물은 저축은행 가격을 놓고 지루한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이 비싸게 산 저축은행을 싸게 판 데 대한 책임추궁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패키지 매물 가격 협상은 이달 중순을 넘겨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이 최근 임기 만료된 사외이사 5명을 모두 빼고 4명을 새로 선임한 것도 사외이사들의 몸 사리기가 심각하다고 보고 인물 걸러내기에 주력한 결과라는 말도 나온다. 당국 고위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어느 선에서 수긍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축은행을) 살 때나 팔 때나 당시 시장가치를 반영했다면 배임문제는 피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사외이사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은행 매각 작업은 중단 상태나 마찬가지"라며 "매각 방식 등에 대한 난상토론이 벌어지는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