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옷사건' 청문회 유감

비록 큰 손해를 보더라도 미운 사람만 하나 없어지면 속시원하다는 뜻이다. 지난달에 있었던 「옷 로비사건」 청문회의 진풍경을 잘 묘사한 듯 해서 그때의 필자의 유감을 되새겨 본다.사실 「옷사건」 청문회의 핵심은 한 재벌회장의 구속을 막기 위해 그의 부인이 검찰총장 부인에게 금품을 이용해 실제로 로비를 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야당은 현 정권에 타격을 가할 목적으로 최고 권력핵심부를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근거없는 「낭설」과 「의혹」을 제기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 점은 영국의 더 타임스誌에서도 『야당은 이것(옷사건 청문회)을 김대통령의 깨끗한 이미지에 흠을 낼 기회로 보고 있다』고 지적한 것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즉 야당은 대통령만 궁지로 몰아세우면 그 뿐이었고 진실규명을 통한 공직기강 확립이라는 대의(大義)에는 처음부터 관심도 없었다. 결국 예상대로 청문회는 진실에는 접근도 못하고 의혹만 부풀린 채 막을 내림으로써 국민적 위화감만 조성하고 국회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옷 로비 의혹 사건 청문회를 보면서 필자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아직도 우리의 정치문화가 성숙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옷사건」의 핵심쟁점은 「로비」의 실재여부였지, 고관부인들의 사치행태나 권력층 연루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청문회는 본말이 전도됐고 근거없는 풍설로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했다. 정당의 존립목적이 권력쟁취에 있다고는 하지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국정조사 기능을 당리당략에 오용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회법에도 명시된 것처럼 국정조사라 함은 특정한 국정(國政), 즉 나라의 정책에 관련된 사안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그 결과는 당연히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옷로비 사건」청문회는 국정조사권을 발동하여 밝혀야 할 법적, 정책적 차원의 진실과 개개인의 행동양식에 관한 문제를 분리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물론 IMF 경제위기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당하는 시기에 고위공무원 부인들이 고급 옷집을 드나들며 몰지각한 소비행태를 보인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누구보다 청렴하고 검소해야 할 고위관리 부인들의 이같은 행동은 동정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둘째 청문회에 관한 언론보도도 적지않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보도자세가 전적으로 객관적이고 냉정하지 못했고 지나치게 선정적인 것이 많았다. 또한 언론 자체적으로 의혹을 밝히기 위한 노력보다 의원들이 쏟아내는 주장을 사실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그대로 받아쓴 흔적이 많은 것 같았다. 검찰의 수사과정을 취재했던 모 방송사 기자가 언론의 이같은 선정성 보도태도에 대해 양심선언성 글을 게시해 비판했던 것도 기억한다. 이틀전 이 사건등에 대한 특검제 도입법안이 통과되었다. 특검제가 국민이 알고자 하는 진실을 밝혀 주기를 기대한다. 한편으로는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발전적이고 생산적이지 못한 정치풍토의 변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단지 이 모든 과정들이 20세기의 낡은 기억들을 정리하고 뉴 밀레니엄시대에 적합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김옥두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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