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처리시설에 필요한 침전조 기능을 설계 과정에서 생략하는 바람에 발생 폐수의 30% 가량을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인천시에 따르면 검단 폐수처리시설은 산업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처리하기 위해 271억여원을 투입해 하루 9,000㎥의 하수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2단계로 나눠 2009년부터 건설 중이며, 1단계 시설은 151억원이 투입돼 2011년 5월 완공됐다.
문제는 가동 4년째인 1단계 시설이 부실설계로 하루에 발생하는 폐수량을 100%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단계 시설은 하루 3,000㎥의 폐수를 처리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실제로 하루에 발생하는 1,500㎥의 폐수 가운데 1,000㎥만 겨우 처리하는 상황이다.
나머지 500㎥는 인근 탱크로리 차량을 동원해 가좌하수처리장으로 실어날라 별도의 예산을 들여가며 처리하고 있다.
1단계 시설이 설계 용량보다 턱없이 부족한 폐수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화단계에서 이물질 등을 거르고 필터 역할을 하는 막이 자주 막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폐수처리장은 폐수가 유입되면 침전조~폭기조(MBR·폐수를 혼합해 활성 오니가 오염물을 섭취 분해하는 공정)~ 침전조를 거쳐 방류한다. 하지만 검단 1단계 폐수처리장은 침전조 공정 없이 바로 생물막공법(MBR)을 거쳐 방류하는 시스템으로 설계됐다.
침전 과정을 거치면 필터가 막히는 일이 줄어들지만, 이 과정을 거치지 않게 설계돼 있다 보니 이물질 등이 바로 막에 달라 붙어 폐수처리에도 차질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50억원이 넘게 투입된 1단계 폐수처리시설이 핵심공정 누락 등 설계 잘못으로 4년만에 애물단지가 돼 버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검단 폐수처리장은 당초 설계와 달리 침전조 공정을 삭제하고 바로 막공법이 적용되는 바람에 필터 막힘 현상이 잦아 발생하는 폐수를 100%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폐수처리장 설계 당시 사전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부실설계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폐수 발생량이 현재보다 더 늘어나면서 혈세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처리하지 못하는 폐수 운반비용으로 인천도시공사는 하루 수백만원의 운반비용을 지불하고 있고, 검단 폐수 처리를 떠안은 가좌하수처리장도 추가 비용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루 6,000㎥의 폐수를 처리할 수 있는 2단계 시설은 2017년 완공될 예정이어서 최소 2~3년간은 추가적인 폐수처리 부담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특히 최근 검단산업단지에 입주기업이 크게 늘어나면서 폐수발생량도 급증하고 있지만,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막대한 예산낭비는 물론 입주 기업들의 폐수무단 방류로 인한 해양오염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