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완성차 노사협상 이젠 마무리하자


세계경제의 장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현실화 돼가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사태의 여파가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생산이 줄고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유럽 경제는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그나마 선전해온 독일도 2ㆍ4분기 성장률이 0.3%에 그쳤고 우리의 최대 시장인 미국ㆍ중국마저 급격히 불안해지는 추세다.

수출 위축·선진 업체들 공세 이중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2ㆍ4분기 성장률은 2.4%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3ㆍ4분기 이후 가장 낮다. 하반기에는 조선ㆍ철강ㆍ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의 수출이 지난해보다 6~2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투자와 소비도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자ㆍ자동차산업이 선전하며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지만 자동차 수출마저 7월(36억8,000만달러)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3% 감소해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는 악화일로다. 현대차는 지난달 13일부터 노조가 부분파업을 지속, 생산손실이 1조4,000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한국GM 노조는 800만원의 격려금과 성과급 지급안을 거부하고 산발적인 부분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양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 사업장과 여기에 속한 근로자 수만명의 어려움이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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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동차산업이 내우외환을 겪는 사이 선진국 경쟁업체들은 노사가 합심해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강성으로 유명한 전미(全美)자동차노조가 자동차산업 부활을 위해 임금ㆍ고용 유연성을 크게 양보하는가 하면 영국의 재규어 랜드로버 노사는 비정규직 채용에 합의, 3,000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1ㆍ4분기 글로벌 시장 판매량이 11.3% 늘었고 BMW는 시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휴가도 반납한 채 사상 최고의 실적을 실현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도 상반기 미국 판매가 30%가량 늘어나는 등 무서운 회복세다. 요즘 도요타를 방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도요타 관계자가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은 현대차 노사관계가 어떠한지를 묻는 것이라 한다.

자동차 수출의 침체와 경쟁업체의 추격 등으로 인해 국내 자동차업계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최근 현대차 경영진은 기본급 5.3% 인상, 성과급 350%, 특별격려금 900만원 등 최고 수준의 임금과 3,000명에 달하는 사내하도급 근로자 정규직 채용이라는 파격적인 협상안을 제시했다. 하루빨리 협상을 마무리 짓고 세계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하청 노조의 불법 집단행동으로 단체교섭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정치 목적 교섭방해 생존기반 위협

완성차 노조는 더 늦기 전에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노사협상이 막바지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타결이 안 되는 이면에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교섭을 방해하는 일부 강경세력이 존재한다. 협상을 방해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더 이상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 사내하도급 문제 등은 교섭을 통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최고 수준의 대우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문제로 교섭 지연이 계속된다면 우리 경제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자동차산업마저 넘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정치적 목적의 투쟁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와 국가경제를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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