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파동으로 빵 가격이 올랐을 때 곡물을 분쇄해 빵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제품 판매가 급증했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자신의 건강을 더 생각하기 때문에 식품건조기와 쥬서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집니다."
국내 중소 생활가전업체 리큅의 하외구(사진) 대표는 경기침체를 오히려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 웰빙 트렌드 속에 신제품을 앞세워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12일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만난 하 대표는 "조만간 식품건조기와 블랜더(전기 믹서기) 새 모델이 나온다"면서 "올해 매출목표는 200억원인데 내심 300억원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큅은 국내 식품건조기 시장에서 80%의 점유율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식자재를 위생적으로 건조해주는 식품건조기 시장은 아직 50만대 규모지만 향후 5~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만간 나오는 신제품은 건조시간이 짧아졌고 디자인에도 변화를 줬다.
이번에 출시하는 프리미엄 블랜더는 2년 전 미국의 컨슈머리포트에서 4위를 기록한 제품을 보완한 것이다. 4위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1위를 하겠다는 목표로 기능과 디자인을 개선해 새롭게 선보인다.
사실 하 대표가 불황을 기회로 생각하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리큅은 회사 설립 후 3개월 만에 IMF 외환위기를 맞아 어려움을 겪었다. 몇 차례 월급을 깎다 같이 일하던 직원에게 그만두라고 한 다음날 극적으로 미국에서 첫 주문을 받았다. 기존 제품의 문제점을 모두 검토한 뒤 보완해 처음 개발한 쥬서기가 호평을 받은 것이다. 하 대표는 "닿는 부분에 플라스틱이 있으면 물이 들게 되므로 스테인리스 스틸로 바꾼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리큅은 특이하게도 해외 시장에서 먼저 인정받은 뒤 국내 시장에 진출한 케이스다.
기존의 문제점을 보완해 창조적인 제품을 내놓는 것은 하 대표가 고집스럽게 추구하는 부분이다. 잘 팔린다고 따라가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는 "시장에 나와있는 제품의 문제점을 먼저 알고 차별화할 수 없으면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다"면서 "제품 개발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후버 브랜드 청소기를 국내에서 판매하는 등 사업다각화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하 대표는 "100가지가 넘는 제품 중 배터리 파워가 강하고 소음이 작은 제품 등 효율이 좋은 것만 들여온다"면서 "올해부터 기존 가격시스템을 바꿔 30%가량 낮췄다"고 말했다.
리큅은 매년 두 자리 수의 성장세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매출이 올라갔는데 회사 시스템이 쫓아가지 못하면 안 된다"면서 "급하게 가지 않고 소비자와 가격과 품질에 대한 약속 놓치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리큅은 조만간 가산동 사무실 옆 공간을 매입해 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하 대표는 "3년 전 업계에서 가장 급여가 높은 회사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지킨 것 같다"면서도 "인력 구하기가 정말 힘든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