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3일 자사주 처분 시 각 주주가 가진 주식에 따라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본적으로 자사주 처분 시 주식평등의 원칙을 따르도록 하되,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과 같은 경영상 목적이 있을 때는 예외를 두도록 하는 내용이다. 박 의원은 “주식을 처분할 상대의 공정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벌그룹들이 자사주를 이용해 우호세력을 확보하고, 이를 경영권 세습에 악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된 합병 주식 비율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안 발의는 과거에도 계속 있었다. 이종걸 새정연 원내대표는 지난 6월 법인 합병·분할 시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거나 주주에게 배분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당에서도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5월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 최대주주 일가는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했을 경우 10년 동안 계열사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한 ‘대기업집단 윤리경영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대기업이 연루된 사회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치권은 각종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적극적 움직임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 대중 주목도가 떨어지면 정치권의 관심도 멀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사태 때와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태 때 여야는 각종 법안을 쏟아내며 홍보를 쏟아냈지만 실제 통과된 법안은 많지 않았다.
다만 이번 사태의 경우 재벌 일가의 일탈적 행위에 따른 분쟁이 아니라, 재벌의 지배구조 자체의 문제점이 드러난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관련 법 개정 논의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까지 이번 롯데그룹 사태에 비판적 시각을 보이고 있어, 그간 금기시 돼왔던 출자총액제한제도 도입 등 재벌 지배구조 개선 논의의 본격 착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