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뉴스 포커스] '평균의 함정'이 연말정산 대혼란 불렀다

상처만 남긴 '13월의 보너스'


연봉 5500만원 이하 직장인 평균만 보면 대부분 세혜택

실제로는 205만명 부담 늘어


알리고 싶은 것만 보이려는 구태행정 탓에 중산층 분노

정책불신·행정낭비만 초래



지난 2003년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추진했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그는 9,200만명의 국민이 1,083달러의 세금을 감면받는다고 주장했다. 정말 그랬을까. 9,200만명을 감면세액의 크기만큼 일렬로 세웠을 때 정확히 가운데 있는 사람(중간값)의 금액은 100달러에 채 미치지 못했다. 평균치를 끌어올린 것은 열의 끄트머리에 서 있는 이른바 '슈퍼리치'의 어마어마한 감세혜택이었다. 부시의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 국민의 체감도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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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세금폭탄' 논란 속에 연말정산 대란을 부른 것도 이 같은 '단순 평균의 함정'이었다. 7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5년 연말정산 분석 결과 연봉 5,500만원 이하 직장인 1,361만명은 문제의 2013년 세법개정으로 평균 3만1,000원가량의 감세혜택을 본다. 이는 세법개정 당시 정부가 추계했던 3만4,000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평균만 놓고 본다면 대부분 감세 혜택을 받았다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유리지갑이 피부로 느끼는 실상이 정부 설명과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인 샐러리맨 가운데 세 부담이 늘어난 인원은 무려 205만명에 이른다. 해당 소득구간의 15%에 그치지만 절댓값만 따지자면 웬만한 광역시 인구보다 많다. 증가한 세금이 10만원을 넘긴 직장인은 75만명이다. "85%는 세 부담이 늘지 않았다"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날 설명이 군색해 보이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세 부담 증가액이 2만~3만원에 불과해 '고통 없이 거위 깃털 뽑기'라고 설명한 5,500만~7,000만원 구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분석 결과 이 소득구간의 평균 세 부담 증가액은 3,000원으로 당초보다 오히려 줄었다. 하지만 늘어난 세금이 10만원을 넘는 유리지갑만도 27만명으로 전체의 24%에 육박한다. 적어도 넷 중 하나가 정부 설명보다 훨씬 더 과중한 세 부담에 "속았다"고 분노하는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13월의 울화통'으로 불리는 연말정산 대란은 정부가 단순 평균치로 알리고 싶은 것만 보여주려다 빚은 참극이라고 지적한다. 후유증은 너무 컸다. 조세저항과 정책불신을 불렀다. 행정력 낭비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제실의 한 직원은 "연말정산 때문에 2개월 동안 하루 5시간 잠자기도 어려웠다"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정 소득 이하는 세 부담이 늘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사실은 달랐고 전체 세금이 늘어난 것과 맞물리면서 반발이 거세졌던 게 연말정산 대란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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