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과 협력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중 합작 투자펀드를 만들어 양국의 우수한 과학·기술 벤처기업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정야오(사진) 중국 치디홀딩스주식유한회사(Tus-Holdings Co.,LTD) 부총재는 지난 15일 베이징 중관촌 내 칭화과학기술단지에 위치한 본사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벤처투자업계와 협력해 기술이 뛰어난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치디홀딩스주식유한회사는 중국 최고 명문대학인 칭화대가 지난 1994년 설립한 지주회사로 칭화대 산하 칭화과기원(TusPark)의 개발, 건설, 경영 및 관리를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총자산은 800억위안(약 14조원) 규모로 지난 20년간 치디홀딩스의 서비스(입주·컨설팅·투자)를 받은 회사만 1만여개가 넘는다. 중소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곳은 2,000여개, 치디홀딩스가 직접 투자한 기업만 200여개에 달한다.
정 부총재는 "한국과 중국은 경제와 문화 방면에서 많은 교류를 하면서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과학·기술 벤처투자 분야에서도 양국 간 좋은 기업을 서로 소개하고 투자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부총재는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해 연설했던 칭화대 본관 강당 건물을 가리켰다. (치디홀딩스 건물은 칭화대 캠퍼스 안에 있으며 본관 강당과 마주 서 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중국어로 직접 연설하는 것을 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다"면서 "한국과 중국 간 교감은 일본보다 훨씬 좋고 우리와 같은 기관들은 한국인들과 협력하는 것을 기쁘고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치디홀딩스는 국내 기관 및 기업들과 다양한 형태의 협력사업을 벌이고 있다. 치디홀딩스가 투자한 공기청정기 업체 '야두'는 한국 기업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한국에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최근에는 인천시와 혁신창조 서비스 플랫폼 설립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고 내년 초에는 서울시와 공동으로 혁신 인큐베이션 센터를 만들 예정이다.
치디홀딩스가 위치한 중관촌은 중국판 실리콘밸리다. 특히 차고(車庫)카페는 늘 사업계획을 짜고 있는 중국 학생들로 붐빈다. 국내에도 창업 카페들이 있지만 가보면 대부분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창업 열풍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정 부총재는 "요즘 태어난 중국 학생들은 과거보다 개성이 뚜렷하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도 창조·혁신과 같은 가치를 중요시하고 있다"면서 "창업이 한순간 유행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창업 열풍이 불고 있지만 칭화대의 경우 매년 3,300명의 졸업생 가운데 창업 비율은 5%대로 아직 낮다"면서 "앞으로 이 비율은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진국 함정에 빠진 중국 경제를 창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총재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지난 30년간 중국 경제가 정부 주도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앞으로 이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면 변화가 필요하듯이 지금 중국 경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며 창의와 혁신이 앞으로 중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 존중, 창신창업(創新創業) 등의 가치실현을 통해 개인의 창의력과 에너지가 발산되면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이 더욱 많이 나와 중국 경제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창업이 활성화되려면 실패를 너그럽게 용서해주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관촌과 칭화대에는 '창조와 창업은 격려하고 실패를 관용한다'는 말이 널리 통용된다"면서 "실제 중관촌에는 세네 번 실패한 사람도 많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투자한 모바일게임 회사의 경우 첫 번째 게임을 출시할 때 큰 실패를 겪으면서 투자금을 모두 날렸지만 회사의 성장성을 믿고 재투자했다"면서 "이 기업은 결국 미국 증시에 상장할 만큼 성장했고 칭화대에 1억위안(약 180억원)을 기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