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경계해야 할 대북정책 환상 5가지


남북 교류협력 증대되면 신뢰 구축… 남한 군사훈련 중단하면 관계 개선

대화·협상만으로 북 비핵화 가능… 정상회담으로 남북문제 큰 진전


우리 민족끼리 문제해결 가능하다

이러한 다섯 가지 환상에 빠져서 잘못된 대북정책 구사해서는 안돼




박근혜 정부 출범 3년째를 맞아 대북 정책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마디로 출범 당시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던 대북 정책이 상당히 변질되고 있고 결국 원칙 없는 방향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에서 나타나는 논란이다. 대북 정책이든 국내 정책이든 집권 초기에 선포했던 내용들이 집권 내내 동일하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대북 정책의 경우는 혹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환상 중 어느 하나 혹은 다수에 빠져 변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국민들의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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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정책에서 빠져서는 안 될 첫 번째 환상은 "남북한 간 교류협력이 증대만 되면 신뢰가 구축되고 한반도 평화가 증대된다"는 것이다. 신뢰 구축과 평화에는 두 가지가 있다. '가짜 신뢰 구축, 가짜 평화'와 '진실 된 신뢰 구축, 진실 된 평화'가 있다. 지금까지 북한과의 교류협력 증대는 '진실 된 신뢰구축, 진실 된 평화'보다는 '가짜 신뢰 구축, 가짜 평화'가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진정한 질적 변화가 없는 한 진실 된 신뢰 구축 및 진실 된 평화를 확보한다는 것은 참 어렵다. 북한과 대화교류협력을 증대하면 그와 비례해 '진실 된 신뢰, 진실 된 평화'가 증진될 수 있다는 믿음은 그동안 남북 분단사에서 절실하게 경험한 위험한 하나의 환상이다.

두 번째는 "남한이 군사훈련이라든가 대북 심리전을 중단하면 남북관계가 발전할 것"이라는 환상이다. 수년 전 전방에 배치했던 남한의 심리전 시설들을 철거하면 남북한 간에 신뢰가 구축되고 평화가 올 것으로 착각하고 대북 심리전 시설들을 철폐했다. 그것은 결론적으로 엄청난 대한민국의 안보역량 훼손 행위였음이 판명됐다. 수많은 모순과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북한 정권의 치부를 북한군에게 솔직하게 알려줄 때 북한군 정신전력 와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우리의 대북 우위 비대칭 전력을 우리 스스로 없앤 큰 실책이었다. 남한의 군사훈련이나 심리전을 중단하면 남북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은 한마디로 북한의 남한 전력와해성(戰力瓦解性) 주장이요, 이적성 주장이다.

세 번째 환상은 "대화·협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여년간 대화와 협상이라는 카드를 교묘하게 이용해 시간끌기 작전을 구사하면서 거의 핵 완성국이 됐다. 북한은 그들의 지상지고 국가경영철학인 선군 정치나 병진 노선을 포기하면서 대화나 협상을 통해 절대로 핵·미사일·생화학무기를 포기할 실체가 아니다. 북한이 핵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포기할 수 있다는 주장은 북한의 실체 인식에서 큰 오류를 범하고 있는 주장이다.

네 번째로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만 하면 남북 문제가 크게 해결될 수 있다"는 환상이다. 남북 정상회담은 할 수야 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질적인 변화를 하지 않으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문제가 크게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김대중·노무현 양 대통령이 이미 실시한 두 정상회담의 결과로 알 수 있다. 북한은 정상회담에서 그들이 노리고 있는 목표 달성을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 전술들을 실천에 옮겼고 그 결과 대한민국에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았다는 것이 역사적 평가다.

마지막으로 "우리 민족끼리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이다. 우리 민족끼리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그 이상 좋을 것은 없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는 구조적으로 남북한 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구조적으로 개입돼 있고 많은 국제적인 개입 변수들이 있다. '우리 민족끼리'라는 주장에는 반미와 주한미군 철수 등 대한민국의 국익 손상을 초래하는 의미들이 내포돼 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대북 정책 전략·전술이 수정될 수는 있으나 이상에서 언급한 환상에 빠져 잘못된 대북 정책을 구사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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