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사태, 미국의 출구전략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와중에도 글로벌 자금시장을 움직이는 큰손들은 글로벌 경기회복에 베팅하며 유럽에서의 투자규모를 늘리고 신흥시장에서도 투자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의 자료를 인용해 미국 내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유럽에서 650억달러어치의 주식 및 기타 금융자산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1977년 이래 36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FT는 투자자들이 유럽이 장기침체에서 벗어나 하반기 랠리를 펼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디 퍼킨스 골드만삭스자산운용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유럽 투자 전망은 매우 좋다. 유럽 증시는 (하반기에) 계속해서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유럽 경제의 낙관적 전망 외에도 아직 주가가 싸다는 점 역시 투자확대의 배경이 되고 있다. HSBC에 따르면 현재 유럽 증시는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할 때 장기 평균치보다 15% 저평가돼 있는 상태이며 경기 순환요소를 고려한 주가 수익률도 11.4배로 장기 평균치(14.8배)보다 낮다.
상당수 글로벌 투자가들은 최근 자금이 대거 이탈하며 주식·채권·환율시장이 흔들리는 신흥국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명 투자자 마크 모비우스가 이끄는 템플턴자산운용은 러시아·멕시코를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와 골드만삭스도 브라질 국채·헤알화를 사들이고 있다. 이들이 신흥시장에서 운용 중인 자산은 총 1,880억달러에 이른다. 이에 대해 모비우스는 "현재 신흥시장 투매 현상은 심리적인 이유가 크기 때문에 조만간 (매도가) 끝이 날 것으로 본다"며 "우리의 전략은 약세장을 이용해 이윤을 남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미국과 유럽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신흥국은 여전히 이들보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투자수익률도 높다"면서 "선진국에 대한 투자수익이 증가하지 않는 이상 신흥시장은 언제든지 고수익 지향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국의 위기대응력이 1990년대 외환위기에 비해 한층 높아진 점도 대형 투자가를 안심시키는 한 요인이다.
그러나 신흥국에 투자했던 주요 펀드들이 올 들어 지금까지 10%대 손실을 기록했으며 아직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만큼 신흥시장 불안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FT는 위기가 장기화되면 신흥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