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관계를 폭로하겠다’는 위협에 못 이겨 작성한 위자료 각서는 공증을 거쳤더라도 효력이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부지법 민사14부(김대성 부장판사)는 "각서의 공정성이 없어 무효"라며 동거남의 여자관계를 폭로하겠다며 위자료를 요구한 B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여자관계를 폭로한다는 말이 교육업 종사자인 A씨에게 큰 위협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3개월이 채 안 되는 짧은 동거 때문에 10억원을 위자료로 부담한다는 것은 상당한 재력이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법원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입시학원장 A(45)씨는 결혼정보업체 소개로 지난해 12월 B(42ㆍ여)씨를 만났다.
‘돌아온 싱글’이었던 두 사람은 경제적 여건과 취향 등이 비슷해 급속히 가까워졌고 지난 2월 서울 도심의 월세 430만원짜리 고급 아파트를 빌려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동거 후 두 달이 지나자 A씨가 밤늦게 갑자기 외출하거나 연락이 끊기는 등 수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A씨가 또다른 결혼정보업체에 회원으로 가입해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었던 것.
B씨는 "학원 등에 복잡한 여자관계를 알리겠다"며 격분했고, A씨는 '다시 부적절한 행동을 하면 위자료 10억원을 주고 헤어진다'는 각서를 쓰고 공증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이틀 뒤 마음을 바꿔 '위협에 의해 쓴 각서는 효력이 없다'며 결별을 선언했고, B씨는 약속한 10억원을 내라며 약정금 청구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