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검찰과 군이 방위사업 비리를 수사한 결과 수면 위로 드러난 비리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리에 연루된 사람은 63명에 이르렀으며 이 가운데 전현직 '별(장성)'도 10명이나 됐다.
특히 그간 군대에서 당연하게 여겨져왔던 군사기밀의 폐쇄성, 상명하복식 의사결정, 선후배 간 끈끈한 결속력이 오히려 비리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군과 검찰은 비리가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수사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방위사업비리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15일 이 같은 내용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수단은 지난 7개월 동안 수사한 결과 비리에 연루된 군 사업비 규모가 9,809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해군 사업이 8,402억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공군과 육군은 각각 1,344억원, 45억원이었다.
비리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63명이며 이 가운데 구속된 인원만 47명에 이르렀다. 계급별로는 전현직 장성급만 10명이 기소됐다. 이 가운데는 정옥근·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도 포함됐다. 해군참모총장은 해군의 최고 수장이다. 영관급도 27명이었다.
합수단 관계자는 "방탄복·소총 등 개인장비부터 잠수함·해상작전헬기 등 첨단무기까지 광범위하게 비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합수단은 이런 광범위한 비리의 원인으로 군사기밀의 폐쇄성을 첫손에 꼽았다. 보안 유지가 필요하지 않은 부분까지 군사기밀로 정보 접근을 제한하다 보니 무기중개 브로커와 방산업체에서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각종 로비를 시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기밀성이 높지 않은 정보는 공개해 방산업체 간 투명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면 지금보다 비리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상명하복식 의사결정도 비리를 키우는 요소로 꼽혔다. 각종 군수품 도입은 객관적인 시스템에 의해 결정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급자의 의도가 곧 명령'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다 보니 윗사람 몇몇의 의사에 따라 무기 도입이 결정되는 구조가 부패를 고착화했다는 설명이다.
군대 선후배 간 끈끈한 결속력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합수단 수사 결과 예비역 선배들이 무기중개업체나 방산업체의 고문이나 임직원으로 활동하며 친한 현직 후배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배에서 생사를 함께하는 '함장문화'의 영향으로 선후배 간 결속력이 특히 강한 해군에서 유독 비리가 많이 적발된 것도 우연이 아니라는 게 합수단의 분석이다.
김기동 합수단장은 "방위사업 비리가 장기간에 걸쳐 누적된 구조적 비리라는 점이 확인된 만큼 적폐를 일소할 때까지 강력한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