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전·현직 은행장들이 행장 전용차인 고급 세단 에쿠스를 차고에 두고 스포츠형 다목적 차량(SUV) 카니발을 즐겨 타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 명은 현직, 한 명은 전직 최고경영자(CEO)지만 소탈한 성격이 비슷하고 경영 방식 또한 친서민적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현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은 출퇴근용으로 검은색 카니발을 타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행장이 카니발을 타고 다니는 것은 미소금융 자체가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서민들을 대상으로 창업자금을 대출해주는 곳인 만큼 고급 세단을 타고 다니는 것이 이치상 맞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통상 시중은행장들은 에쿠스를 타고 다니며 부행장급은 K9, 상무급은 체어맨을 타고 다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전 행장이 속한 미소금융이 서민들을 상대하는 곳인 만큼 본인이 자진해서 카니발을 타고 다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도 의전용 차량 검은색 에쿠스보다 카니발을 즐겨 타기로 유명하다. 지난해에만 8,500㎞를 달렸으며 그 전해에는 1만6,854㎞를 달렸다.
이 행장은 행사가 있을 때에만 에쿠스를 타고 현장을 방문할 때는 카니발을 탄다.
중소·중견기업 등 현장을 방문할 때 해당 업체로부터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한 방편이다. 주말에는 이 행장이 결혼하는 직원들에게 에쿠스를 '웨딩카'로 빌려준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호텔에 가면 벨보이가 차 문을 열어주는 것처럼 의례적인 격식이 곳곳에 있는데 그런 것들을 받지 말라고 임원들에게 주문할 정도로 격식을 싫어하는 행장"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우리금융 회장 인선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 간 앙금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금융 특유의 '서민을 향한' 경영 방식만큼은 같은 마음을 갖고 있고 그들 특유의 경영 방식이 평소 생활상에도 그대로 묻어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