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들이 선전하면서 최근 3년 사이에 시가총액 상위권 지도가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유망한 사업 모델을 보유한 기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시장이 부진해도 수익을 올리겠습니다."
최웅필(사진) KB자산운용 밸류운용실장(상무)은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펀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사업 모델에 주목하는 가치주 투자 전략을 펼쳐나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상무는 시가총액 상위권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예로 들며 사업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3년 사이 조선·정유·건설 등 경기 민감주(시클리컬)가 시가총액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3년 사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분포도를 살펴보면 10개가량의 종목들이 사라지고 이들의 빈자리를 신흥 유망주들이 채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초와 비교해 올 들어 SKC&C·아모레G·KCC·코웨이·한국타이어·이마트·한라비스테온공조·LG유플러스·오리온 등이 새로 시가총액 상위 50위권에 진입했다. 반면 신세계·삼성전기·두산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OCI·대우조선해양·GS건설 등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최 상무는 "3년 사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크게 뒤바뀌는 모습은 긍정적"이라며 "만약 기존의 경기 민감주 종목들이 아직도 최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면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일본 경제를 답습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상무는 시장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변화를 읽어내기 위해 힘쓰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배당수익률을 분석하는 것은 일반 가치주 분별법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최 상무는 시장 점유율과 이익의 지속가능성을 들여다보며 유망한 사업 모델을 가려낸다.
이 밖에 기업의 미래 가치 분석을 위해 기업의 구조적 성장성에도 신경을 쓴다. 최 상무는 "미래 성장성 파악을 위해서는 기업의 구조적 성장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시장 다각화 가능성, 사람들의 생애주기(라이프사이클), 회사의 주력제품에도 주목한다"고 말했다.
최 상무는 네이버와 무학을 예로 들었다. 그는 "네이버는 시장 지배력이 높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보이는 기업"이라며 "구조적 성장성까지 갖춘 덕분에 3년 전보다 시가총액 순위가 크게 뛰어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학은 경남에서 처음 사업 기반을 다졌지만 부산으로까지 판매망을 넓혔고 중장기적으로는 수도권으로도 진입이 가능한 기업"이라며 "앞으로 경남과 부산에서 60~80%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해 펀드에 편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 상무는 KB운용 대표 펀드인 'KB밸류포커스펀드'와 'KB중소형주포커스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KB밸류포커스펀드는 무학을 다섯 번째(3.54%, 10월 초 기준)로 많이 담았다. 이 펀드가 가장 많이 편입한 종목 5개는 코오롱인더스트리(4.86%)·골프존(4.71%)·동원산업(4.23%)·휠라코리아(3.63%)·무학이다.
최 상무는 시장 변화 파악을 위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기도 한다. 최 상무는 "사람들이 무학과 동서라는 기업 이름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소주와 인스턴트커피를 떠올릴 만큼 이들은 프랜차이즈 가치가 높은 기업들"이라고 소개했다. 최 상무는 이밖에 리드코프와 같이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대부업체도 펀드에 편입했다.
최 상무는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를 원칙으로 삼는다. 그가 운용하는 KB밸류포커스펀드는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최근 5년간 100%의 수익을 냈다. 그의 원칙은 올해 환매 장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그가 운용하는 KB밸류포커스펀드에서 올해 1조원가량의 환매가 발생했지만 연초 후 2%대 수익을 지켜내고 있다. 올해 1,000억원 넘게 환매된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플러스 수익을 낸 펀드는 단 세 개에 불과하다.
최 상무는 "10월부터 밸류에이션(내재가치 대비 주가 수준)에 부담이 생긴 종목들이 생기면서 이들을 매도해 현금화한 덕에 환매 장세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다"며 "적절한 시점에 차익실현하는 전략을 통해 안정적으로 펀드를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