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19일 입법예고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핵심은 국민연금기금 재정파탄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연금지급액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보험료율은 올리겠다는 것이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에서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복지부와 전문가들은 연금급여 체계를 `적정부담 적정급여` 체계로 하루 빨리 개편하지 않으면 국가재정과 후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는 올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상정, 처리한다는 방침이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ㆍ시민단체가 `지금도 용돈 수준인데 이젠 푼돈을 주겠다는 거냐`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처리 과정에서 원내 과반을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입장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현재 소득의 60% 수준인 연금 수급액이 내년부터 55%로 줄어들고 오는 2008년부터는 50%로 추가 축소된다. 반면 소득의 9% 수준인 보험료율은 오는 2010년 10.38%로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매 5년마다 1.38% 포인트씩 인상, 2030년에는 15.90%가 된다.
이를 실례로 적용하면 2010년부터 직장생활을 하는 K씨의 월소득이 200만원으로 40년간 고정된다고 가정할 경우 지금까지는 월 18만원(절반은 회사 부담)의 연금보험료를 내고 40년 뒤 월 120만원의 연금을 받았으나 바뀐 제도 아래서는 보험료가 월 20만7,600원(절반 회사부담)으로 일단 오르고 그 이후 5년마다 2만7,000여원을 더 납부하게 돼 2030년에는 31만8,000원을 내야 하지만 수령액은 월 100만원에 그치게 된다.
한편,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이 안될 경우 현재 20년에서 모자라는 1년당 7.5%씩 연금을 감액지급받지만 내년부터는 1년당 5%씩만 깎인다. 이에 따라 10년 가입자가 받는 연금액이 20년 가입자의 47.5%에서 50%로 늘어난다. 60세가 안돼 노령연금 조기지급을 신청한 경우 조기수급 1년당 연금감액률이 6%(현 5%)로 커져 55세부터 받는 경우 연금액이 60세 지급액의 70%(현 75%)로 줄어든다.
◇향후 전망=노동계가 연금개편 저지를 하반기 노동투쟁의 타깃으로 잡고 있는 등 입법안 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이 표출될 전망이다. 시민ㆍ사회단체들도 이번 입법안에 불만을 드러내며 가세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현행 연금급여율 60% 유지
▲정부와 가입자 대표가 합의한 연금재정추계 방식에 따라 2008년 보험료율 확정
▲비정규 노동자와 영세 지역가입자의 연금보험료를 국고에서 지원해 보험요율 인상폭 최소화(국고지원 재원은 국방비 절감, 직접세ㆍ자영자 소득파악 강화로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국회에 입법예고안을 그대로 제출하더라도 국회 처리과정에서 정부 원안을 유지할 수 있을 지 미지수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이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한 정책 관계자는 “조만간 당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지만 민주당의 `입김`이 반영된 정부안을 그대로 추인해주긴 어렵지 않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당초 `소득대체율 50%-보험료율 15.85%`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다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 소득대체율 55%(2004~2007년)라는 중간단계를 거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이에 대해 정부 일각에서도 “한나라당에 줄 선물을 민주당이 챙기는 바람에 정부의 선택폭이 너무 좁아졌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도 2단계 소득대체율 인하가 미치는 보험료율 인상효과가 크지 않아 한나라당에 소득대체율 55% 적용기간을 늘려주는 등의 `선물`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둘러싼 정부 부처간 `밥그릇 싸움`도 치열하다. 복지부는 기금운용위를 복지부 소속으로 명시했으나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등은 총리실 산하에 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