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닻 올린 전경련 조석래號

"재계 고용 늘리는데 노력 소비·투자 증대 유도해야"<br>올바른 정책 구현위해 재계 한목소리 필요<br>출총제 문제 외국사례 참고해 해결해야

“재계가 일을 잘해 고용과 소득을 늘리고 이것이 소비와 투자를 증대시키는 선순환을 이뤄내야 합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31대 회장으로 선임된 조석래 신임 회장은 20일 취임 일성으로 경제성장과 이를 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준비된 회장’답게 그는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우려한 뒤 전경련이 앞으로 할 중차대한 과제로 경제발전을 꼽은 것. 조 회장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경제가 어렵다고 말을 한다. 5~6년 뒤에는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현 상황을 지적한 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힘을 합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되면 자연히 외자도 들어오고 국내 투자도 활성화돼 일자리와 국민소득ㆍ소비가 늘어난다는 원론을 강조한 셈이다. 어찌 보면 단순하고 당연한 시장경제 원리를 말한 것처럼 보이지만 출자총액제한제ㆍ상법개정 등 여러 반기업정책을 겨냥한 완곡한 비판으로도 해석된다. 이 같은 우회적인 어법은 40년 넘게 효성그룹을 일궈온 노회한 경제인인 조 회장의 평소 스타일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기자회견 내내 매우 신중하면서도 원칙을 강조하는 답변을 선보였다. 취임사에서 조 회장은 “전경련 회칙에 ‘본회는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경제정책 구현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고 서두를 꺼냈다. 그는 이어 “올바른 정책 구현을 위해 한목소리가 돼야 한다”며 “단합을 해 전경련이 자기 역할을 하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나 정책 등에 대해서는 재계의 힘을 한데 모아 큰 목소리를 내겠다는 각오로 읽혔다. 두번째 과제로 국제화를 강조한 점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 직결된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의 제도와 규제에서는 외국, 특히 선진화된 나라하고는 다른 면이 많이 보인다”며 “이런 것을 고쳐 기업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전경련이 기업규제 해소 등 친기업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조 회장은 그러나 이런 환경을 만드는 데 재계의 힘이 한데 모아져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 최근 불거진 재계 내의 반목과 갈등을 해소하는 데도 앞장설 것임을 밝혔다. 그는 “두번 세번 자주 만나 의견을 교환해 한목소리를 내겠다”면서 “힘센 4대 그룹도 들어와야 올바른 정책구현을 할 수 있다”며 재계 단합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민감한 대선국면을 의식, “대선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자유시장경제에) 호의적인 후보가 했으면 좋겠다”면서도 “국민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일본의 게이단렌처럼 기업정책에 따라 정치자금을 주는 방식에 대해서도 “국민이 이해하고 바라고 있어야 한다”며 “자칫 (정치권을) 매수하는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출자총액제한제와 관련해서는 “외국이 어떻게 대응하냐를 먼저 배워야 한다”며 “외국이 출총제 없이 문제를 해결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편 지난 2월27일 총회에서 신상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준용 대림 회장은 이날도 의사진행발언을 자청, 회장 선출을 둘러싼 그간의 난맥상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회장은 “지난 2개월간 강신호 회장과 사무국이 전경련의 위상에 큰 상처를 남겼다”며 강 전 회장의 3연임 시도가 과욕이며 부적절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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