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국내 기업의 '짠물 배당' 관행에 강하게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민연금의 올해 정기 주주총회(540개 기업 대상)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과소배당'을 사유로 CJ E&M·현대모비스(012330)·롯데푸드(002270)·한미사이언스(008930)·컴투스(078340) 등 총 17개 기업의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해 배당이 적다는 이유로 정기주총과 임시주총 등에서 재무제표 승인을 반대한 사례 12건 보다 많다.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의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대해 "배당이 적다"며 반대했다. 2014년 배당규모를 전년에 비해 늘리긴 했지만, 순이익 규모에 비해서는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전년 대비 53.8% 늘어난 주당(보통주) 3,000원의 배당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2014년 배당성향은 8.45%로 지난 2013년 5.5%에 비해 3%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지난 2010년부터 5년 연속 무배당을 고수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 회사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은 CJ E&M에 대해서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해 개별기준 6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CJ E&M은 개별기준 7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국민연금은 이외에도 넥센(005720)·롯데푸드·컴투스·데브시스터즈(194480)·파이오링크(170790)·조선선재(120030)·씨젠(096530)·태광 등의 배당 정책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민연금은 배당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은 투자기업의 배당확대를 통해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특히 해외 기업들에 비해 배당에 인색한 재계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국민연금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최근 5년 평균 배당성향은 17.6%로 대만(67.2%), 프랑스(63.1%), 일본(49.3%), 미국(33.7%)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한편 국민연금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전체 2,917개(미행사 안건 제외) 안건 중 268건(9.18%)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반대의견을 냈다. 안건별로는 사내이사·사외이사·감사 등 이사선임 안건에 대한 반대 비율이 71.64%로 가장 높았고 정관변경(15.67%), 과소배당(6.34%)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