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사는 직장인 장동은(37·가명)씨는 요즘 7세 아들 때문에 고민이다. 지난해 초 아우디의 중형 세단 'A6'를 샀는데 최근 아들이 차를 탈 때마다 친구네처럼 현대자동차의 대형세단 '그랜저'로 바꾸자는 말을 하기 때문이다. 장씨는 "아들이 만화영화 카봇과 또봇을 본 뒤 만화에 나오는 그랜저나 싼타페·쏘울로 차를 바꾸자는 말을 많이 한다"며 "최근 현대차 대리점에 가 그랜저 견적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주제로 한 만화영화와 이를 상품화한 장난감 열풍이 불면서 현대·기아자동차가 예상하지 못한 마케팅 효과를 얻고 있다.
시작은 기아차가 먼저 했다. 기아차는 만화영화 '변신 자동차 또봇'에 차량 디자인을 제공했다.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해 초등학교 3학년 주인공들이 로봇을 이용해 악당을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자동차는 모두 기아차의 모델이다. 주인공인 또봇X는 '쏘울', 또봇Y는 '포르테 쿱'이다. 또 '스포티지R'와 '레이' 'K3' '모닝'으로 만든 로봇도 나온다.
현대차는 '헬로 카봇'에 차량 디자인을 제공했다. 내용은 또봇과 비슷하다. 이 만화에는 현대차의 '싼타페(카봇에이스)' '그랜저(카봇 호크)' '아반떼(카봇프론)' '벨로스터(카봇스카이)' 등 승용차뿐 아니라 대형 트럭인 '엑시언트'나 승합차인 '스타렉스'도 출연한다.
만화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장난감 판매량도 많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4월 중순까지 판매된 장난감은 헬로 카봇이 가장 많았다. 또봇은 3위였다.
또봇·카봇 열풍으로 현대·기아차도 부수적인 광고 효과를 누리고 있다. 특히 미래 고객인 어린이들이 수입차가 아닌 국산차에 친숙하도록 하는 효과가 크다. 만화에 등장하는 차가 지나가면 아이들이 먼저 알아보고 이름을 말하는 경우도 많다. 현대·기아차 차량이 악당을 물리치는 캐릭터로 등장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도 우호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돼 부모의 자동차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형식적 수준의 수수료만 받고 디자인을 제공했는데 반응이 좋아 뜻밖의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며 "보다 다양한 유스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와 가치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