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의 핵 폐기에 대응해 점진적인 제재완화에서부터 궁극적인 평화협정 체결에 이르기까지 북한에 대한 단계적 조치를 취하기로 하는 등 대북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결정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이 신문은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부시 대통령은 지난 주 미측 대표단이 베이징 6자회담에서 이런 입장을 북한에 전달하도록 승인했다”며 “부시 대통령은 지난 달 말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새로운 대북 협상안을 보고 받고 고위 안보참모 회의를 열어 구체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관리들은 “새로운 대북 유인책은 북한이 핵 무기 포기, 핵 시설 해체, 자유로운 사찰 허용 등 조치를 취하기 시작하는 것과 대응해 서서히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이날 미 대표단이 6자회담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완전 폐기하기 이전에라도 경제지원 및 에너지 제공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하는 등 대북 인센티브 제공에 대한 부시 정부의 입장이 크게 완화했다고 보도했다.
부시 정부는 그 동안 북한이 핵 개발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폐기한 이후에야 대북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앞서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4일 베이징 6자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대북 안전보장 문제 등과 관련, “우리는 양측의 상응하는 조치들과 함께 비핵화 조치들의 진행 단계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밝혔다”며 “북한이 우리에게서 무엇인가를 듣기 이전에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고위 관리는 “우리는 북한의 핵 폐기를 유도한다는 관점에서 4월 베이징 3자회담 때와는 다른 어조와 내용으로 우리의 입장을 제시했으나 북한은 우리의 입장에 대한 잘못된 가정에 근거, 미리 준비한 입장만을 발표했다”고 말해 북한이 미국의 의도를 잘못 읽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 고위 관리는 그러나“북한이 핵실험 등 도발적 행동을 한다면 그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