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영화] 원더풀 라이프

死後 들려주는 행복한 상상사람은 죽고 나면 또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일까? 흔히 종교에서 말하듯 천국과 지옥이란 정말 있는 것일까? 만약 천국이란게 있다면 어떤 곳일까.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 단관 개봉된 일본영화 「원더풀 라이프(Wonderful Life)」는 국내서 '사후'(死後)로 더 잘 알려진 작품으로 동화적 설정을 담은 소품같은 영화지만 대작 못지 않게 철학적 사색을 요구한다. 책이나 영화, 혹은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을 통해 나름대로 그려보던 그 어는 것보다 환상적이고 행복한 상상을 안겨준다. 죽은이들이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한 순간을 선택하고, 영화로 만들고, 그 행복한 기억만을 가지고 영원의 시간 속으로 떠난다는 발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 영화 속에서 림보 역의 스탭들은 "행복한 순간에 영원히 머무는 것, 그게 바로 천국입니다"라고 말한다. 영화는 다양한 사람들의 선택을 보여주거나, 마지막 수요일까지도 선택 못한 와타나베와 그의 면접관 모치즈키로 그 중심이 모여진다. 칠순을 넘긴 와타나베가 마지막까지 선택을 주저하자 면접관 모치즈키는 그의일생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건넸다가 깜짝 놀랄 사실을 발견한다. 50년 전 모치즈키가 죽기 전에 사랑을 약속한 교코가 바로 와타나베의 아내가 돼 있는 것이다. 모치즈키는 테이프로 교코의 일생을 본 뒤 50년을 미뤄온 선택에 성공해 영원으로 떠나고, 꿈 속을 헤메며 선택 의지를 보이지 않던 X세대 이세야가 수습 면접관으로 림보 역에 남는다. 95년 장편데뷔작 '환상의 빛'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오셀리오니상과 밴쿠버영화제 용호(龍虎)상을 거머쥐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로 낭트영화제 그랑프리, 토리노영화제 각본상, 산세바스찬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부에노스아이레스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등을 휩쓸었다. 그는 다큐멘터리 연출자 출신답게 내레이션과 인터뷰만으로 적당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등장인물의 꾸밈없는 표정이나 선명하지 않은 화면의 질감도 사실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흔한 특수효과나 컴퓨터그래픽 없이 이처럼 저승세계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