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별기고] 북한에 햇볕쪼이며 한반도위기 대응도

林源赫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최근에 일본과 미국 언론을 중심으로 한반도 위기설이 증폭되면서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와 막연한 불안감이 국내에 확산되고 있다. 이제 겨우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우리 상황에서 안보위기 때문에 대외신인도가 다시 추락하거나 그보다 더한 사태가 전개된다면 이는 불행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안보상황을 냉철히 분석하고 각국의 이해관계를 염두에 두며 국제공조를 유지하는 현명한 정책대응이 절실하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어떤 대북정책이 바람직한가? 우선 남북한간의 관계에서 「햇볕정책」이 북한의 도발행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보이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현재로서는 상당히 현실적이라고 판단된다. 북한은 현 정부가 평화공존 정책을 추진하기 전에도 정보수집과 간첩활동 등과 관련된 도발을 해 왔다. 1996년 가을 강릉 앞바다에서 북한의 잠수함이 접안까지 하려고 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북한군이 오랫동안 우리 해안을 안방 드나들듯 했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오히려 최근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TOD (열상관측장비) 등 첨단장비가 우리 군에 배치되면서 북한의 도발행위가 적발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북한 잠수정이 오가는 것을 알지도 못했던 과거보다는 북한의 도발행위가 적발되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현재의 안보상황이 더 개선된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민간차원의 경협을 중지하여 남북한간의 접촉통로를 스스로 폐쇄하거나 국제공조가 요구되는 대북 경수로사업을 중단하지 않는 한,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해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최선의 대안은 북한이 도발행위를 감행할 때마다 이를 격퇴할 수 있도록 안보태세를 강화하는 한편, 정부차원의 남북경협 사업을 추진하여 북한이 도발행위를 할 경우 경제적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편 국제공조가 요구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우선 각국의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과 북한 사이에 마찰을 야기하고 있는 금창리 문제는 사실 1994년 제네바 협약에 관한 양측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기본적으로 제네바협약은 북한이 핵 개발을 동결하는 데 대한 대가로 중유와 경수로를 지원하고 북-미 관계 및 남북한 관계의 개선을 꾀하는 협약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상대방이 협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벼랑끝까지 가는 것 외에는 마땅한 제재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만약 미국이 중유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고 대북 경제제재 해제에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북한은 핵 개발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위협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북한이 핵 개발을 다시 추진할 경우 미국은 1994년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한 공습을 위협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북한은 작년에 중유 제공에 차질이 생기자 플루토늄을 추출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고 대북 경제제재 해제에 대해 미국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계속 불평해 왔다. 또 미국은 북한이 금창리 지역 등 10여곳의 지하시설에서 핵 개발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 이에 대한 사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유 제공을 중단하고 제네바 협약을 파기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한 가지 특기할 점은 제네바 협약이 영변의 핵 시설에 대해서는 즉각 정례적인 사찰이 이뤄지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타 지역에 대한 사찰은 경수로의 핵심 부품이 북한에 제공될 때까지 유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북한은 핵 개발을 동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영변 이외의 지역에서 핵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지 확인할 근거가 현재로서는 없는 것이다. 국제관례상으로도 이라크처럼 패전국도 아닌 북한이 전면적인 사찰을 수용할 의무는 없다. 이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북한은 제네바 협약의 범위를 벗어나는 사찰은 금전적 보상이 제공되지 않는 한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고 미국은 북한이 영변 이외의 지역에서 핵 개발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 5월말까지 사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중유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과잉대응을 삼가며 북-미 간에 타협이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1994년 때처럼 대북 강경책 일변도로 나아가다가 미국의 대북 공습과 제2의 한국전쟁 발발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재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현재 금창리에는 기초공사가 진행되고 있을 뿐이고 완공까지는 5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시설물도 들어가기 전에 핵 개발 의혹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미국 국내정치의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미국측에 금창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직 시간이 있음을 상기시키고 제네바 협약이 파기될 경우 오히려 북한은 5년 동안 기다릴 필요도 없이 즉각 영변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또 북한측에 대해서는 비료지원과 이산가족 문제 등과 관련하여 정부 차원의 접촉을 재개하고 대북 강경기류가 형성되고 있음을 주지시킴으로써 한반도 위기설이 현실화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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