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상반기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이 11억달러에 육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자그마치 24.6%나 증가했다. 물 쓰듯 신용카드를 긁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상반기가 이러하니 여름 휴가철이 들어있는 후반기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월드컵기간 동안 주춤했던 해외여행자가 지난 7월엔 72만명을 넘어섰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선진 결제수단인 신용카드시대에 이를 사용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겠으나 사용내용이 좋지 않다. 결제액 중 물품 서비스 구입액이 4억7000만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시계 보석등 고급사치품 구입대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나 증가했다. 골프장에서 쓴 돈이 710만달러에 이른다. 44.5% 증가한 1억6000만달러의 현금서비스 중 도박장에서 노름을 하기 위해 뽑아 쓴 금액도 500만달러나 된다. 여행수지적자는 경상수지를 압박하는 큰 요인 중 하나다.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7월의 여행수지가 4억1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는 6월 8억2000만달러의 3.5%인 2900만달러로 겨우 적자를 면했다. 설비투자가 두달 연속 뒷걸음질을 치고 생산능력지수도 감소하는데다 중동정세불안으로 국제원유가가 상승곡선을 긋고 있는 때라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신용카드 사용액은 토끼 뜀질 하듯 급증하고 있다. 2000년 100조원,2001년 200조원에 이어 올 상반기에는 330조원으로 폭증했다. 오죽하면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신용카드의 폭발적인 성장 후에는 신용리스크문제가 발생하는데 올 하반기나 내년쯤에 문제가 일어날 것이다"고 경고했겠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너도 나도 해외에 나가 '샴페인'을 터트릴 때인지 뒤돌아봐야 한다.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신용불량자 양산과 이로 인한 가정파탄 및 각종 범죄는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7월말 현재 개인신용불량자가 231만명을 넘어섰다. 이달부터는 500만원 이상 대출정보를 금융회사가 공유, '돌려막기'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신용불량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용불량자 증가는 은행부실로 이어지게 마련이고 국가경제에도 엄청난 부담이 된다. 정부가 개인신용회복제도 등을 운용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는 스스로의 신용을 관리하는 사람만이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항상 자신의 신용상태를 세심하게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돌려막기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은 금물이다. 한번 신용불량자란 낙인이 찍히고 신용카드 거품 속에 빠지면 개인워크아웃제도를 활용한다고 해도 재기하기가 쉽지 않다. 과소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분수에 맞는 소비만이 '개인신용관리시대'에 적응할 수 있다. 가능성이 높아가는 신용카드 대란에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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