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을 투기에 이용하는 사람은 이 사회의 '공적'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일 분당에서 열린 토지주택공사 출범식에서 "주택은 투기가 아닌 주거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보금자리주택 자체가 서민 주거복지를 위해 싼값에 내놓은 집인 만큼 이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서는 사람은 반드시 적발하겠다는 '상식'에 가까운 설명이다.
같은 날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는 보금자리주택 특별공급물량에 대한 첫 사전 예약접수가 진행됐다. 그러나 이곳에 몰린 사람들은 이 대통령의 상식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듯했다. 이날 만난 한 특별공급 대상자는"당장 몇 억원의 시세 차익이 발생한다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정부와 부동산시장의 인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을 수급불균형을 해소할 비장의 카드로 보는 반면 시장에서는 이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로또'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투기방지를 위해 내놓은 10년의 전매제한과 5년의 실거주의무 규제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런 규제의 그물을 빠져나가는 편법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첫 공급 당시 최대 10년의 전매제한을 받았던 판교신도시에서는 지금 이순간에도 불법전매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거래가 불가능한 판교의 전용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들은 전매제한이 풀리는 시점이 되면 소유권을 이전하겠다는 내용의 매매계약서를 미리 체결하는 수법으로 매매가 이뤄진다.
이렇게 거래되는 아파트에는 분양가보다 3억~4억원가량 비싼 웃돈이 붙어 판교 집값을 끌어올리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렇다 할 단속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 판교신도시에서는 전매제한 규제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 셈이다.
보금자리지구가 투기꾼들의 난장으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우선 판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법행위의 단속에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불법행위는 반드시 적발돼 처벌 받는다는 학습효과가 생길 때 보금자리주택을 둘러싼 정부와 시장의 인식차이도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