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경제·금융
소형 중고차 '부르는 게 값'
입력2006.09.08 16:53:34
수정
2006.09.08 16:53:34
경기 침체에 기름값은 연일 치솟고…<br>매물 드물어 3개월세 가격 15~20%올라<br>상태 좋은 車는 30~40% 웃돈 얹어줘야
| 고유가 부담이 소비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면서 중고차 시장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8일 서울의 대표적인 중고차 매매단지인 장한평 매매단지에 경ㆍ소형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구매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이호재기자
|
|
회사원 김모(35)씨는 이달 초 평소 타고 다니던 차를 바꾸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행운을 맛봤다.
새 차를 구입하며 필요 없어진 누비라 스패건 왜건을 당초 예상보다 훨씬 좋은 가격에 처분했기 때문이다. 98년 연식에다 10만㎞ 이상을 뛰어 기껏해야 100만원 정도나 받을까 기대했지만 인터넷을 통해 매물로 내놓자마자 190만원의 매수제의가 선뜻 들어왔다.
김씨는 “국내 중고 자동차 시장에서 이미 단종된 차라는 이유로 턱없이 낮은 가격에 차를 매수한다는 설명을 듣고 차를 팔아야 할지 주저했다”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당초 기대치의 두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중고차를 손쉽게 처분했다”고 밝혔다.
고유가에다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소형차나 경차가 때아닌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가격도 최근 3개월새 15~20%까지 치솟았으며 선주문이 없으면 물건을 구하기 힘들 정도다. 여기에다 해외 중고차 수출까지 활발히 이뤄지다 보니 이래저래 물건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김익환 킴스모터스 카매니저는 “요즘 경차나 소형차는 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딜러들조차 물건을 못 구할 정도여서 부르는 게 값”이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8일 서울경제가 찾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중고차매매시장도 딜러들이 소형 중고차 물건을 확보하느라 온통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업체마다 마땅한 매물이 없다 보니 인근의 다른 중개상에까지 사방으로 물건을 찾느라 정신없이 전화통을 붙들고 있을 정도였다.
이곳에서 만난 안경환 내차로닷컴 부장은 “추석까지 앞두고 고객들의 주문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열에 여섯, 일곱명은 소형차만 찾고 있다”며 “물건이 부족하니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며 잔뜩 울상을 지었다. 손님은 그럭저럭 몰려드는데 팔 게 없어 헛장사를 한다는 얘기다.
자동차 딜러들에 따르면 소형 중고차의 가격은 최근 3개월새 10% 넘게 뛰었다고 한다. 특히 상태가 좋은 우량물건은 30~40% 이상 더 얹어줘야 손에 쥘 수 있다.
경차인 마티즈Ⅱ MX 모델의 경우 지난 6월 350만~380만원선에 거래되던 것이 요즘 40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대형업체들이 운영하는 중고차 경매장도 마찬가지다. 대우차판매가 운영하는 서울 경매장의 지난달 소형차 낙찰건수는 211건에 머물렀다. 이는 5월에 비해 불과 19%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같은 기간 중 중형차의 낙찰건수 증가속도(24.5%)를 크게 밑돌고 있다.
소형차의 몸값이 이처럼 치솟은 것은 무엇보다 경기침체 탓이 크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경기침체의 그늘이 깊어지면서 소형차 보유자들의 매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반면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은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석규 현대차대리점협회 국장은 “경기가 나빠지면 소형차 부문의 신차 수요가 급감한다”며 “이는 중고 소형세단의 매물을 감소시키는 연쇄작용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