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금리 대출 시장 열린다] 금리 높아도 간편한 '대출 택시' 수요 공략

<상>'미지의 문' 여는 은행

"지점 방문할 필요 없어 편리"… 고신용자도 대부업 대출 받아

은행들 리스크 관리 수월한 30대 직장인 겨냥 상품 잇따라

대손율 높은데 가산금리 낮아 은행상품 활성화 한계 지적도


리스크 관리가 생명인 은행이 '미지의 문'을 열고 있다. 바로 중·저신용자까지 껴안는 중금리 대출 시장 진출이다.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혹은 대부업체들이 장악했던 시장에 은행이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명목적으로 중금리 대출 라인업을 갖고 있었지만 실적은 미미했다. 중·저신용 계층에 신용대출을 판매해본 경험도 없었던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문제로 중금리 대출 자체에 소극적이었다. 대형 은행이 높은 금리의 대출을 취급하는 것에 대해 '약탈 금리'라는 여론과 금융당국의 따가운 눈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저금리로 예대마진이 점점 축소되고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 역량이 쌓이면서 은행도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노리고 우리은행이 '테스트 베드' 형태로 출시한 위비뱅크가 대박을 터뜨린 것도 전체 은행권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 또한 은행이 앞장서 중금리 대출 시장을 열어줄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 나섰다.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중금리 대출 시장을 활성화하려던 계획이 좀처럼 현실화되지 않자 은행을 통해 중금리 시장을 열고 2금융권에서 경쟁을 유발하겠다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여기에 고금리를 감수하고라도 발 빠른 '대출 택시(TAXI)'에 타려는 수요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 은행들을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대부업 고객 가운데 신용상태가 우량한 1~5등급의 고신용자 비율도 6%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 이용자가 249만3,000명임을 고려하면 약 15만명의 중·고신용자들이 대부업 대출을 이용한 셈이다. 최근 중금리 대출 열풍을 몰고 우리은행 '위비뱅크'의 경우 이용자의 약 45%가 신용 1~4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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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고신용자 가운데도 절차가 간단하고 지점을 방문할 필요가 없는 중금리 대출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상당하다"며 "이들을 껴안고 중금리 대출 시장에 뛰어들면 리스크 관리가 한결 수월해지기 때문에 은행들이 젊은 직장인이나 30대를 겨냥해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한은행의 '스피드업 직장인 대출'이 이 같은 방식으로 리모델링된 중금리 대출이다.

여기에 최근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지방은행들이 가세하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의 스펙트럼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대형 은행들은 대부분 500만~1,000만원 한도에서 5~10%가량의 중금리 대출을 취급해왔고 그나마 지급여력이 되는 30대 직장인들을 주로 겨냥해왔다.

하지만 전북은행이나 광주은행의 경우 카드론 고객 등을 겨냥, 10~15% 내외의 중금리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중금리 활성화에 나선 금융당국 또한 지방은행들의 다소 높은 금리로 틈새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이 15% 수준까지 금리를 받는다는 것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중·저신용자 계층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JB금융지주 관계자는 "금리가 14%라고 해도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저축은행 신용대출 금리보다 저렴하다"며 "1금융을 이용하기 힘들었던 계층을 최대한 1금융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금리 대출의 취지라면 지방은행들의 전략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다만 현재의 연체금리 규제와 서민금융상품 정책 체제에서는 1금융권의 중금리 대출 활성화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금리 대출은 대손율(은행이 대출금을 상환받지 못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연체시 가산금리를 반영해야 하는데 현재 시중은행 연체금리가 연 15%로 제한돼 있고 이마저 상한선까지 받기는 힘들어 중금리 대출을 자유롭게 운용하기 힘들다. 여기에 은행이 정부정책에 따라 신용 6~10등급에 지원하는 새희망홀씨대출 금리가 4~10% 에 불과해 10% 이상의 금리를 취급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개인여신담당 부장은 "실질적으로 금리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는 수준까지 중금리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가산금리 운용을 보다 자유롭게 하고 서민금융상품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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