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벽두부터 인수합병(M&A) 시장을 둘러싼 기업들의 긴장감이 예사롭지 않다. 총수들의 신년사에서 또는 그룹 경영의 청사진에서 기업들마다 M&A를 통해 국내외 영역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시기적으로 국내 산업계 판도를 뒤흔들 초대형 매물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데다 해외 M&A에 뛰어들 여건도 무르익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친기업적인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M&A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M&A 천명, 달라진 분위기=M&A를 통한 경영전략은 계획에 있다 하더라도 외부에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 올해는 이 같은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CEO들의 신년사나 공개된 경영전략에도 M&A라는 용어가 수시로 등장한다. 한화그룹은 2일 “올해 그룹 전계열사 차원에서 대대적인 글로벌 경영과 M&A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M&A 및 자본 제휴 등을 통한 시장우위 확보 전략이 확산될 것”이라며 “신규사업ㆍ신시장 개척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서강호 한솔CSN 대표도 이날 신년사에서 “글로벌 물류사업 확장, 인프라 보완, M&A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빅4’의 행보는 신중=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삼성, 현대ㆍ기아차, LG, SK 등 4대 그룹의 M&A 전략. 삼성의 경우 지난해 10월 삼성전자가 이스라엘의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트랜스칩’을 인수하며 신호탄을 올렸지만 당분간은 특검이 글로벌 M&A 전략의 앞을 직ㆍ간접적으로 가로막을 전망이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의 경우 현대건설이나 만도에 대해 어떤 경영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SK는 지난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며 기세를 올렸다. 올해는 각 계열사들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M&A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M&A 전쟁은 이미 막 올라=‘빅4’의 행보는 신중한 편이지만 산업계에서 M&A 전쟁은 이미 시작된 분위기다. 연초부터 매력적인 매물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통운 인수전에는 금호아시아나ㆍ한진ㆍGSㆍCJㆍSTXㆍ현대중공업ㆍ농협 등 10여곳이 달려들었다. 이르면 올 상반기 중 매물로 나올 대우조선해양에도 군침을 흘리는 기업들이 적지않다. 윤석만 포스코 사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뜨거운’ 관심을 갖고 있다”며 M&A전 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GS와 현대중공업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하이닉스ㆍ대우인터내셔널ㆍ현대종합상사 등이 M&A 시장의 매물로 대기 중이어서 올해 인수전은 여느 해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달라진 환경이 배경”=이처럼 국내 기업의 M&A에 대한 열기는 우선 확보된 넉넉한 유동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기업 인수는 주가하락 등으로 위험보다는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대기업들은 현금성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호기”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 역시 기업들의 M&A 전략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새 정부가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관련 시장의 범위를 ‘세계시장’으로 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공정위의 잣대인 ‘독점’의 영향력은 줄어든다. M&A 전문가들은 “해당 시장을 국외로 확대할 경우 유사 업종 기업 간의 M&A가 활기를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