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한국 추월하자" 경쟁국 대반란
일본·중국·타이완 파상공세… 정부·업계 대책시급
국내기업들이 경제위기와 정쟁(政爭), 자사 이기주의 등에 빠져 구조조정이 부진한데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혼선을 보이는 틈을 타 일본, 중국, 타이완 등 주변 경쟁국이 파상적인 공세에 나서 국내 핵심산업의 국제경쟁력과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들의 공세에 대응,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업계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없으면 앞으로 2~5년안에 반도체, 박막액정표시장치 등 첨단제품을 비롯 섬유, 유화, 철강 등에서 우리의 주력상품이 설자리를 잃을 것이란 전망이 있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ㆍ정치권의 '경제 우선책' 등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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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관계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타이완은 국내업체가 세계시장에서 2위의 점유율(31%)을 차지하고 있는 TFT-LCD(박막액정표시장치) 부문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투자를 집중, 2년안에 '한국추월'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유화부문에서도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합성수지의 경쟁력을 확보, 국내업체들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의 공세도 거세다. 중국은 세계최대 섬유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아래 앞으로 5년동안 첨단설비를 도입, 대규모 증설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중국은 화섬에서 앞으로 5년간 매년 40만~50만톤의 증설에 나서 국내업체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한 보고서를 인용해 전망했다. 이에비해 국내 화섬업체들은 14개 가운데 5개가 워크아웃 등 극심한 위기를 겪고있다.
반도체부문에서도 중국은 앞으로 10년동안 베이징에 20개, 상하이에 40개 등 60개 라인 및 연구소 신설 등 산업육성책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일본업체들은 불황속에서 대기업간의 자율구조 조정을 바탕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석권하고 있는 D램 반도체시장에서 일본은 NEC와 히타치가 통합, 세계 시장 점유율 4위(11.56%)로 떠오른데 이어 내년초 세계 D램 업체 중 최초로 차세대 생산라인인 12인치 웨이퍼 공장 건설에 돌입, 국내 업체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유화부문에서 일본 산요화성공업과 미쓰비시화학은 내년 4월을 목표로 고흡수성수지(ASP) 통합사를 세우기로 했고, 스미토모와 미쓰이화학은 2003년까지 통합, 세계 5위 업체로 떠오른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또 화섬부문에서도 도레이와 데이진이 중국사업의 통합을 추진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철강부문에서는 중국, 동남아 등지로 물량을 쏟아내는 저가공세로 국내업체들의 설땅을 빼앗고 있다. 경쟁국의 이 같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달리 국내업계는 정부의 무관심과 정치권의 갈등, 업체들의 소극적 자세로 구조조정이 부진,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차원의 산업육성책과 함께 업계 자율의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으면 경쟁력은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보고있다.
고진갑기자